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용기

자기 수용(Self-Acceptance)

by 수리


나를 제일 잘 아는 건 나라고 생각하며 살아왔고 사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긴 공백 끝에 내가 깨달은 것들 중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나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해 왔던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로 인해 헤매었던 시간이 더 길었던 것일 지도 모른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자기 수용(Self-Acceptance)이라고 한다.

*자신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과 부족한 점까지 모두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


나는 어릴 때부터 완벽주의사고가 있었다.

이에 관하여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내 완벽주의 사고는 어느 정도였냐면 나는 다이어리를 참 좋아했는데 아끼는 다이어리인 만큼 그 안에 적힐 내용도 늘 고심 끝에 적고는 했다. 내 기준에 글씨체가 이쁘지 않거나 글씨를 틀리게 적게 되면 완벽하지 않게 돼버린 다이어리를 견딜 수가 없었다. 수정테이프도 그 당시의 나에겐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은 내가 남기려 한 기록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게 했고,

조금이라도 틀린 흔적을 완벽히 지우기 위해서는 노트를 찢는 방법뿐이었고, 그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아무것도 기록되지 않고 앞부분이 조금 너덜너덜해진 여러 개의 다이어리만 남고는 했다.


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에 흥미가 있었다.

혼자서 집중해 가며 무언가를 하다 보면 지켜보던 이들의 한마디가 꼭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대부분 너무 잘한다던가의 긍정적인 말들을 해주었는데, 그럼 나는 그 순간부터 고장이나 버린다.

저 사람의 평가와 기대치를 저버리고 싶지 않은 나머지 뚝딱대기 시작하는 것이다.


뒤돌아 생각해 보면 나는 항상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야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나는 부족하고, 실수가 잦고, 사실 그렇게 열심히 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면 내가 겁이 나서 도전을 회피하고 실패하더라도 나를 받쳐줄 쿠션이 되어줄 것 같았다.


이런 사고로 살다 보니 나다운 걸 잃어가고 내 모든 기준은 남이 되었다.


저 친구는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7년을 다니는데, 저 친구는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가정도 이뤘는데, 남들처럼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 받으면서 살아야 당연한 건데, 남들처럼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해야 되는데, 나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하지? 남들은 다 그렇게 살고 있는데 왜 나만 못하지?


결국 무기력함과 자괴감에 빠져들 때면 온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헤어날 수 없었다.

취업준비를 하는 동안 제일 중요시되었던 건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지만 사무직을 하는 보통의 사람들처럼 사는 것이었다.

'9시에 출근해서 정해진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6시에 퇴근하고 저녁밥을 챙겨 먹고 그다음 날 또 출근하고 공휴일과 주말에는 쉬고 정해진 급여와 급여일, 매달 납부되는 4대 보험'이 나는 갖고 싶었다.


내가 공백이라 여기는 최근 3년의 시간 동안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오래가지 못했던 것뿐이었다. 운이 없는 거라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나오고 들어가고를 반복해서 도전했었다.


근데 이쯤 와서 생각해 보면 앞서 말했던 자기 수용이 안되었던 거다. 나는 나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내 장점이자 단점인 수많은 생각 끝에 나는 이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가졌다.

더 이상 내가 지치지 않게 하나하나 인정하기로 했다.

이제라도 오랜 시간 닫혀있던 나를 활짝 열 용기를 갖기로 결심했다.


나는 규칙적인 것에 따를 수는 있지만 갑갑해하는 사람이다.

정해진 틀을 필요로 하는 것 같으면서도 보다 자유로운 작업환경을 원한다.

사람들과 부딪혀가며 살아가는 것이라지만 나는 혼자 일할 때 능률이 조금 더 오르는 편이다.


이제 나는 이런 나를 인정하고 수용하여 예측할 수 없는 앞 날을 그려보려고 한다.

지금 내 상황들이 남들이 보기엔 무모해 보일 수 있으나 이제 그런 것에 쓰는 신경은 접어두고 내 갈길을 갈 것이다.

생각이라 포장했던 수많은 걱정들, 온갖 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며 외면했던 사소한 것들을 부딪히고 깨어가는 과정의 나를 꺼내 보이는 수단으로 글쓰기를 선택했다. 이것이 내 결심의 시작점이고 앞으로도 나의 담아뒀던 기억과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극복하는 과정들을 남겨보려고 한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완벽하지 않은 다이어리의 종이를 찢는 아이가 아니다.

아직도 여전히 나는 내가 써 내려간 이 글이 못 미덥고 부족하게 느껴지고 자꾸 검열을 하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이제 내 제일 첫 번째 목표는 그냥 해! 이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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