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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궁 준 Apr 23. 2022

최강 동안, 남자의 로망 허관걸의 탄생!

홍콩 근현대 음악을 풍미한 풍운아,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옆집 형

허관걸(許冠傑, Sam Hui)는 1948년 광동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무려 24세 연하의 띠띠 동갑, 1972년생 Rebecca Fleming와 결혼한 사상 최대의 도둑놈(?)이기도 하다. 하지만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일이다. 허관걸은 상당히 자기 관리를 잘하고, 나이에 비해 굉장히 동안이기 때문이다. 음악, 영화뿐 아니라 광동어 개그 만담으로 한 시대를 함께 풍미했던 허씨 3형제 모두, 나이에 비해 굉장히 젊어 보이고 활력이 넘쳤다.



저번 브런치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노래, 인신매매 계약 (賣身契, The Contract) 제목으로  영화 포스터이다.   왼쪽이 둘째  허관영, 중간이 첫째  허관문,  오른쪽이 바로 막내 허관걸이다. 하지만 영화의 주연이 허관걸이기 때문에 허관걸의 이름이 가운데에 있다. 허관영은 바로 코믹 영화 강시 선생(The Vampire)에도 출현했다.   보면 시간 가는  모르고 여러 번 보아도 처음처럼 재미있다.



여담이지만 허관영이 막내 동생인 줄 알았다. 가장 앳되 보이고 키도 작고, 카리스마보다는 엉뚱함과 부족해 보이는 모습으로 관객에게 공감을 사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관영이 허관걸보다 2살 위 형이라는 점이 참 놀라웠다. 그리고 허관걸도 대하기 어려운 큰 형보다는 둘째 형인 허관영에게 많이 의지했다고 한다. 허관영은 2011년에 6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보기 드물기는 하지만 그도 라이브 공연 경험이 있다.


이렇게 4형제 중 3명이 음악계와 영화계를 넘나들며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부모님이 모두 뮤지션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중국 전통 음악가였고 어머니는 희곡 무대의 가수였다. 국민당의 패망 후, 광동 지역에서 거주하던 허관걸의 가족은 1950년에 홍콩으로 피난해 온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다 하지만, 만일 허관걸의 가족이 홍콩으로 오지 않았다면 허관걸은 과연 음악으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 - 하는 생각이 든다.


허관걸은 19세 때인 1967년에 Diamond record 레이블에 합류해 TVB 등의 TV 채널의 음악 방송의 사회를 맡았다. 우리나라로 치면 가요 무대, 가요 톱텐의 사회자였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다. 홍콩 인기 밴드 The lotus의 리드 싱어가 되고, 1971년 4월부터 화이 브라더스 쇼의 사회를 맡고 영화의 광동어 주제가를 작곡하기 시작한다. 1972년에 발표한 "구름 위 에펠탑-鐵塔凌雲"으로 음악성을 인정받고 히트를 치게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uVNmwzy8eVk


애잔하면서도 차분한 표정, 음역이 높고 맑은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무언가를 많이 보거나 많이 바랄 필요가 있을까요?

우수에 젖으면서도 희망을 품고 있는 25세 청년의 눈을 볼 수 있다.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이 노래의 원제는 "Here and Now" (就此模樣)였다. 지금 이 순간과 공간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노래이다.

1970년대, 한국에서도 대유행이었던 남성의 장발머리도 꽤 잘 어울린다.

이 장면은 왜 넣은 것일까?^^

이렇게 감성적인 내용, 높으면서도 맑고 차분한 톤으로 홍콩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고, 이는 허관걸의 음악세계에 면면히 흐르는 특색으로 자리 잡게 된다.


다음 노래는 浪子心聲이다.


이는 1976년 허씨 삼형제가 주연으로 등장한 코믹 영화, "The Private Eyes - 半斤八两"의 주제가였다.

https://youtu.be/KF3_WtFNFPs


홍콩을 비롯한 광동어 문화권을 포함하여, 본토 중국인들과 세계 각지의 화교들이 널리 애창하고 있는 노래이다. 나도 그 리듬과 가사에 깊은 감명을 받고, 즐겨 듣곤 한다.  

운명에 있다 하면 반드시 있게 되니, 운명에 없는 것을 힘들게 추구하지 말자.

옆에 유덕화가 보인다. 아마 연말 시상식 같은 프로그램의 한 장면 같다. 이처럼 영예로운 자리에 있을 때나,

하얀 벽에 아무런 흠도 없을 만큼 마음이 공정하니, 착한 일을 하고 덕을 쌓는 것이 가장 큰 낙일세~

혼자 고독을 느낄 때에나, 운명에 모든 것을 맡기며 마음의 평화를 찾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이 노래를 후배 뮤지션들이 락 버전과 잼 연주로, 정말 멋지게 리메이크해서 공연한 적이 있다.

바로 1991년도의 翡翠歌星賀台慶 행사 중의 짧은 공연이다. 한 번 감상해 보도록 하자. (~3분 20초까지)


https://youtu.be/TUQlw64rx4U


화질이 참 좋지 않다. 그러나 Beyond를 위시하여, 당대의 실력 있는 뮤지션들의 노래와 연주 실력이 일품이다. 드럼, 베이스, 기타의 즉흥 연주(잼)가 아주 훌륭하며 특히 Beyond의 기타리스트 Paul Wong의 연주는 명징하고 탄력 있는 하프시코드의 연주를 듣는 듯하다. 또한, 허관걸의 노래에는 기본적으로 삶에 대한 깊은 긍정과 흥이 깔려 있기 때문에, 차분한 발라드도 이렇게 즐겁게 부르면 정말 신이 난다.


허관걸은 정면으로 자신의 강한 개성을 드러내기보다는, 옆얼굴을 보여주며 덤덤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옆집 형 같은 느낌을 준다.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상처받지 않고 환하게 웃으며, 노래로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운명에 있다 하면 반드시 있게 되니, 운명에 없는 것을 힘들게 추구하지 말자.


이 노래 가사를, 억울하게 권고사직당하는 후임의 짐을 들어주며 이야기해 주었던 적이 있다. 네가 잘못한 것이 아니니, 자책하지 말고 더 좋은 기회를 기다리자고 했다.


그 후임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면 좋겠다.


광동어 음악은 들으면 들을수록 재미있고 깊이가 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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