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를 마무리하며.

[2부 수관의 수줍음] 작가의 말

by 지은

요즘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 SNS에 고민 중인 키워드를 검색하기만 해도 이미 누군가의 정답이 쏟아지니까. 발전한 AI는 사람에게서 받지 못했던 위로나 삶의 해답을 손쉽게 건네기도 한다. 그런데 정답을 찾았다는 기쁨보다, 어쩐지 불편함이 앞선다. 나와 다른 맥락에서 내려진 답을 훔쳐 쓰는 기분. 내가 만든 알고리즘 속에서 생각이 갇혀가는 기분. 스스로에 대한 고민 없이 쉽게 답을 구한 대가였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쉽게 찾으려 했던 건 인간관계의 정답이었다. ‘마음이 불편한 관계는 멀리하라’, ‘독립은 빠를수록 좋다’는 말들. 수많은 ‘좋아요’가 그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인간관계는 역시 적당한 거리가 좋고, 마음이 편한 것이 옳다고 믿었다. 내 삶에서 그 공식이 통할수록, 나는 정답에 가까워진 듯했다.

그런 내 삶은 언제나 매끄러웠다. 바라는 게 없는 자는 외로울지언정, 상처받을 일도 없으니까. 그러나 자랄수록 질문이 생겼다. 왜 혼자가 편하지? 가족에게도 거리가 필요할까? 가족이 모두 친해야 할 이유는 있을까? 굳어진 관계를 위해 굳이 노력해야 할까? 답을 찾지 못할 때마다 나는 이상적인 가족을 상상했다. 각자 독립적이면서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 마치 수관의 수줍음처럼 일정한 거리를 두되 뿌리는 단단히 내린 존재들. 그 숲을 떠올릴 때마다 내 마음은 편안했다.

하지만 현실의 삶은 수관처럼 고르게 자라지 않았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문제를 안고 마구 얽혀 있었고, 그 속에서 나의 공식은 자주 실패했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이렇게 답한다. 삶의 답은 결국 나에게서,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아야 한다고. 직접 부딪히고 느낀 것만이 내 답이 된다고.
그러니까 우리는 각자의 울타리를 조금씩 허물고, 다정해지는 수밖에 없다.

그 다정함마저 틀린 답일지라도, 또 다른 옳은 답을 찾을 때까지.


2부 <수관의 수줍음>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부 <해묘 군락> 은 잠시 쉬어간 뒤, 11월 1일부터 매주 토요일 주 1회 연재됩니다.


· 이 이야기는 현대 가족의 서사를 담은 허구의 소설로, 모든 인물과 사건은 작가의 상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 본 작품은 1부 〈한강에는 금붕어가 산다〉, 2부 〈수관의 수줍음〉, 3부 〈해묘 군락〉으로 이어지는 연작 소설입니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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