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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 Sep 05. 2022

그러니,

무수히 많은 것들을 다시 반복해 나가겠지.

나는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는 날, 카페 안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창문을 통해서 바람에 나부끼는 강아지풀과 카페를 지나쳐가는 사람을 보며 이 무더운 계절이 그저 빨리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그 창문 밖에서 모든 것들은 소리 없이 움직인다. 그 풍경은 푸른빛의 여름 저녁과 어울려 신기한 풍경을 자아낸다. 모든 것들은 삐걱임 없이 부드럽게 각자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나의 모습은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나는 저 부드러운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삐걱이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동시에 나에게 어울리는 차가운 겨울이 빨리 찾아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멍해있는 정신을 깨워줄 수 있는 찬바람을 소망한다. 생명들이 싱그럽게 피어나는 뜨거운 여름날보다는, 모두들 자신의 생명이 다했다는 듯이 움츠려 들어 외로워지는 차가운 겨울을 기대한다. 그런 겨울이 나와 꼭 닮았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럼에도 나는 카페 안을 천천히 둘러다 보면서 , 누군가 내가 아는 사람이 다가와 나에게 인사를 건네주기를 기대한다. 그러기에 누군가 나를 향해 발걸음을 시작하면 기대감에 부풀러 올랐다가 이내 실망하고 만다. 다시 나의 시선을 노트북의 화면으로 돌린다.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슬픔을 배웠습니다. 불안을 배웠습니다. 우울을 배웠습니다. 외로움을 배웠습니다. 공허를 배웠습니다. 분노를 배웠습니다. 억울함을 배웠습니다. 기쁨을 배웠습니다. 감사를 배웠습니다. 성취감을 배웠습니다. 사랑을 배웠습니다. 연민을 배웠습니다. 소속감을 배웠습니다.


모든 것들이 양면적임을. 기쁨 뒤에는 슬픔이. 감사함 뒤에는 억울함이. 소속감 뒤에는 외로움이. 사랑 뒤에는 질투심이. 그렇게 하나하나 배워나갔습니다. 반복되는 삶의 한 단편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내 비가 내린다. 비는 모든 것을 씻긴다. 모든 것들이 씻겨져서 내려간다. 나의 감정들도 씻겨져 내려간다. 그리고 깨끗해진 내 마음에 기쁨과 감사함으로, 채워 넣고 싶다고 소망한다. 움직여야 한다. 스스로를 사랑하기에, 사랑하는 이들이 있기에, 앞으로 만나게 될 멋지고 사랑스러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대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삶은 이어져 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무수히 많은 것들을 다시 반복해 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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