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힘에 대해 #금주 일기 9
15년간 평균 주6일 술을 마시는 삶을 살았다. 약 한달간 금주를 준비했고 2021년 5월 16일, 금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20일이 지났다. 20일 동안 술을 단 한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기적같은 일이다.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술 없는 세상으로 들어온 기분이다.
나는 어떻게 20일간 술을 잘 참고 있는가.
20일 동안 세 차례 술자리가 있었고, 두 번의 금요일, 두 번의 토요일이 있었다. 군대 제대 후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은 적은 없다. 오전에 사랑니를 뺀 날에 저녁 모임에 가서도 술을 마신 기억이 있다. 사랑니를 뺀 날 술을 마시면 큰일이 나는줄 알았는데 술을 마시고도 아무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내 기억에 금요일, 토요일에 술을 안마신 날이 있었던가. 일단 사회생활을 시작한 2005년 이후로는 없다. 대학생 때도 아마 없을 것이다. 금요일, 토요일은 그냥 너무나도 당연히 술을 마시는 날이었다. 아, 다음날 새벽에 일어날 일이 몇번 있었을텐데 그 전날에 마시지 않은 날이 아마도 있었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나파벨리 레드와인을 눈앞에 두고도 마시지 않았다)
그래서 금주를 시작하면서 술자리와 금토요일은 나에게 큰 부담이었다. 넘어야 할 산이었다. 20일동안 그 날들을 모두 이겨냈다. 술을 이겨낼 수 있었던 비결은 생각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왜 술을 끊어야 하는지, 술 때문에 무엇이 괴로웠는지, 이렇게 술을 계속 마시면 내 건강이 어떻게 될지 계속 생각했다.
생각의 반대편에서는 술 없는 세상이 얼마나 지루하고 불행할지 걱정이 존재했다. 다행히 그 생각의 덩어리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성격은 아니었고 덩어리의 크기는 그대로였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날이 하루하루 늘어갈 수록 그 우려의 덩어리는 그냥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술 없는 세상이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알게 되면서 내가 몰랐던 세상의 장점은 점점 커져갔다.
술 없는 삶이 이렇구나 라는 생각의 덩어리는 점점 커져갔다. 그렇게 생각의 힘으로 술 생각을 이겨냈다.
알콜 중독 수준으로 술을 마신 것은 15년이지만 술을 마신 기간을 다 합치면 20년은 된다. 인생의 반을 술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았다. 참 행복했다. 술 덕분에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일부러 이렇게 더 인정할건 인정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은 술이 없어야 더 행복할 것 같다고 계속해서 확신한다. 확신은 한번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계속 적립해야 하는 적립형 확신도 있다. 나는 계속 확신한다. 앞으로의 삶은 술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고, 오히려 술이 없는 세상이 더 행복할 거라고.
written by 커리어 생각정리 책, '불안과불만사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