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에게 금주를 권하지 않는 이유
나는 술을 끊었다. 술을 끊으니 좋아요? 무슨 낙으로 살아요? 술 취했을 때 그 알딸딸한 기분이 생각나지 않나요? 라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나는 삶은 덜 행복해졌지만 편리해졌다고 답한다.
술을 끊으니 장점이 한두가지다.
1. 일상 생활이 편리해졌다. 예를 들면,
전날밤 마신 술로 아침이 힘들 일이 없어졌다. 그냥 늘 비슷한 컨디션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비슷한 정신상태로 출근을 한다. 아침에 배가 아플 일도 없어졌고 오전 업무를 늘 맑은 정신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저녁에 술을 먹고 집에 갈 때 대리를 부르곤 했는데 이제 그럴일이 없다. 그냥 저녁회식 마치고 내 차를 직접 몰고 슝 오면 된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 술자리 중간에 나오는 일도 많아졌다. 술자리에서 나왔지만 나혼자 맑은 정신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기분이 상쾌하다.
술 마셨을 때의 경우의 수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니 일상이 단순해졌다. 예를 들면 이전에는 주말에 등산 계획을 세울 때 하산하고 막걸리를 마실 것을 고려해서 이동수단을 고민했다. 혹은 토요일 아침에 일정이 있을 경우 금요일 저녁에 술을 마실 것인가 말 것인가, 얼마나 마실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그런 고민이 없다.
2. 건강해질 것 같다.
나는 40대 초반 젊은 나이에 몸에 특별한 이상이 감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술을 끊었다. 그래서 그런지 술을 끊었다고 몸이 건강해졌다 라는 느낌은 없다. 주말에 골프친 것 외엔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고도 4개월 만에 몸무게가 75kg에서 68kg으로 7kg가 빠졌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나의 각 장기들의 세포들 관점에서 보면 거의 20년 동안 거의 매일 알콜이 들어왔는데 4개월 동안 알콜이 한방울도 안들어왔다. 얼마나 놀라울까. 술을 끊음으로서 장점은 딱히 건강해졌다 라는 것은 모르겠지만 지금보다 더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 거라는 기대, 내가 열심히 운동하고 음식을 잘 챙겨먹으면 앞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겠다는 기대가 커졌다는 것이다.
금주의 장점으로 술 마시는데 지출했던 돈을 아낄 수 있다는 것도 넣으려고 했으나 술을 한창 마실 때도 그리 큰 돈은 아니었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 장점은 뺐다. 돈 아끼는거 생각했다면 그냥 술 마시는 삶을 선택하겠다. 술을 끊어서 아직 건강해진 것은 아니고 건강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금주하는 것의 장점은 한두가지다. 말이 한두가지지 엄청나게 큰 장점이긴 하다.
(안주 없이 술 마시는 경우가 많아서 술 마시는데 돈이 많이 들지 않았다)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음)
하지만 나는 내가 술을 끊으니 이렇게 좋아요, 그러니 당신도 술을 끊으세요 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20년을 마셨고 그동안 행복했는데 고작 10년을 마신 상대방에게 끊으라고 하는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너무 많이 마셔서 문제였지 상대방은 그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다.
20대, 30대에 실컷 이 남자 저 남자 만난 여자멘토가 40대가 되서 2030 여성들에게 남자 만나는거 다 부질 없으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세요, 독립심을 가지세요 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은 즐길것 다 즐기고, 본인이 자신과 잘 맞는 남자를 못만나서 혼자 살면서 본인 케이스가 전체인양 착각하면서 상대방에게 조언을 하는 모양새가 좋아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삶 속에 술을 적절히 배분한다면 술은 삶의 윤활유가 될 수 있다. 나는 술을 조절 못하고 자주 많이 마신 것이 문제이다. 술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고 즐기는 수준으로 마실 수 있다면 술 마시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나는 술을 끊었지만 당신은 굳이 끊지 않아도 된다.
또 하나, 내가 술을 끊으라고 권유하지 않는 이유는, 술을 끊을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금주를 권유하는 것은 불필요한 대화 낭비라고 생각한다. 본인도 술을 끊고 싶은데 잘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나의 금주 경험을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금주를 권유한다. 하지만 적절히 잘 마시고 있고 금주할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술이 없는 세상의 특별히 찬양할 필요는 없다.
written by 커리어 생각정리 책, '불안과불만사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