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알콜중독을 이겨내고 4개월째 술 끊은 삶 리뷰

술 없는 삶을 4개월 살아봤더니

by 전준하
술을 완전히 끊은지 4개월이 되었다.

나는 지난 15년 동안 주6일 술을 마셔왔던 알콜중독자였다. 이런 내가 술을 끊었다는 것 자체에 주변 사람들도 많이 놀라고 나 자신도 많이 놀랍다. 내 삶 곳곳에서 술을 마시지 않고 멀쩡한 정신으로 집으로 복귀하다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술이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었다.

술 좋아하는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할 때, 금요일 저녁 집에서 한주를 마무리 할 때, 캠핑 가서 숯불에 돼지고기를 구워먹을 때 등등 나의 생활 속에 술은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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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자리를 좋아한다기 보다 술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집에서도 혼자 많이 마셨다. 술자리에서 마시는 것만으로는 주6일을 채울 수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주일에 하루는 왜 안마셨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래도 하루는 마시지 않는게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그 하루는 꾹 참고 넘겼던 것 같다.





몇일 전에 새벽 3시까지 와인을 마시는 자리에 있었다. 그날 탄산수만 네개를 마시고 콜라 두 캔을 마셨다.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와인들이 눈앞에 있는데도 굳이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떤 맛인지 안다, 마시고 나서 어떤 기분인지 충분히 안다는 생각이 술에 대한 욕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였다. 모든 욕구를 이겨내는 것은 생각의 힘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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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와인을 마신다.

이런 생각을 했다. 시각 정보만으로도 뇌에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맛있는 와인이다, 이 자리가 즐겁다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4개월 동안 친구, 형, 동생 등 미팅 겸 저녁식사 자리를 몇번 가졌다. 일부러 도착해서 말했다. 나 이제 술 끊었다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삼겹살, 회에 소주가 아닌 콜라를 마셨다. 요즘 콜라 중독이 될까 걱정이 되기 시작하면서 콜라는 한캔만 마시고 그 다음부터는 탄산수나 물을 마시려고 노력한다. 내가 술을 마시지 않아도 술자리에 함께 하는 상대방들은 전혀 어색하지 않고 술을 권하지 않는다.



술자리가 끝나고 나는 차를 몰고 집으로 온다. 때로는 상대방을 내 차에 태워서 집까지 데려다주기도 한다. 이렇게 술자리 이후 직접 운전해서 집에 가는 길이 즐겁다. 술을 마실 때는 술이 취한 상태가 참 좋았는데 지금은 술자리 이후 술을 마시지 않으니 뭔가 깨끗한 상태라는 느낌이 좋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깨끗한 상태로 집에 돌아가는 느낌이다. 상쾌한 느낌이 참 좋다.





알콜 중독 상태였을 때는 술에 지배당하는 기분으로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술을 완전히 통제하고 술을 넘어 내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좋다. 술에 구속되어 있는 삶을 살았다면 지금은 술로부터 자유로워진 삶을 살고 있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 나의 아침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아침이라는 공간에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아직) 술을 마실 자격이 없다.

다시 마시기 시작하면 또 주6일 마실 것 같다. 아직 다시 마실 자신이 없다. 주변 사람들은 그래도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술자리가 있을 때 마시는건 괜찮치 않냐고 묻는다. 나는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 그렇게 술을 시작하면 다시 매일 혼자라도 술을 마실 것 같다. 언젠가는 내가 술을 통제할 자신감이 생기면 그때 술을 시작할 수도 있겠다.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순간을 간절히 바라지도 않는다. 술 없는 세상이 술과 함께 한 세상만큼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written by 커리어 생각정리 책, '불안과 불만사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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