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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하 Nov 13. 2021

퇴사하는 것이 기쁜 이유에 대한 생각

왜 퇴사하는 것을 기뻐할까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전혀 모르는 타인의 삶을 종종 본다. 그중 눈길이 가는 것 중 하나는 퇴사파티이다. 퇴사하는 것을 축하받는다던지, 퇴사한다는 것 자체를 매우 기뻐한다던지 등의 게시물들이 종종 보인다. 



그 사람은 왜 자신의 퇴사를 기뻐할까. 

그 사람의 친구들은 왜 그 사람의 퇴사를 축하할까?



이런 생각을 한동안 하다가 왜 그런지 내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특히 3년차 미만 주니어들의 조기 퇴사를 생각하며 적은 글입니다)




퇴사가 기쁜 이유 1. 

퇴사를 하면 자유로워 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니기 전까지는 한 번도 이렇게까지 구속된 삶을 산 적이 없다. 학교를 다니더라도 아프거나 정말 가기 싫으면 안가도 괜찮았다. 대학교는 그게 더 심했다. 하지만 회사는 근로기준법이 정해놓은 룰을 따라야 하고 휴가를 내려면 타인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퇴사를 하면 매일 아침 일어나서 지하철을 탈 필요가 없다. 그 자유가 너무 그리웠다. 퇴사를 하면 예전의 그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유가 매우 일시적인 자유라는 점, 그 자유를 얻은 댓가가 자신의 이력서에 어떻게 보이는지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자유를 얻은 댓가는 일을 하지 않는 동안 수입이 없다는 점이고, 30대 중후반이 되어 이직할 때 잦은 이직으로 인한 서류탈락일 수 있다. 



퇴사가 기쁜 이유 2. 

인생의 큰 결정을 거의 처음으로 스스로 했다는 기쁨이다. 초등학교 입학과 졸업, 중학교, 고등학교 입학과 졸업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부모님이 결정한 거주지에 의해 대부분 결정되었다. 학교 가기가 너무 싫어서 그만두고 싶더라도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대학교도 내가 선택할 수 없었다. 나의 성적과 운이 선택해준다. 어렵게 대학교를 간 사람일 수록 그만두기가 어렵다. 그저그런 대학을 어렵지 않게 갔을 경우 그만두는 결정을 쉽게 할 수 있다. 어쨌든 나의 청소년기를 투자해서 어렵게 입학한 대학교도 내가 그만두고 싶다고 쉽게 그만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대부분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회사도 내가 선택했다기 보다 여기저기 지원했는데 합격한 곳에 가는 경우가 많다. 내가 선택했다기 보다 회사가 나를 선택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리 대부분은 내가 결정한 것 없이 인생을 살게 된다. 그러다가 회사를 퇴사하는 것이 거의 처음으로 내가 고민해서 스스로 결정하는 것인 경우가 많다. 물론 어렵게 들어간 회사일 수록, 보장되는 근속년수가 길 수록 주변의 반대는 심하다. 그래도 퇴사의 결정권은 내가 주도한다. 그렇게 거의 처음으로 나의 의지로, 나의 판단으로 퇴사를 결정하고 실행한다. 그 기쁨은 어마어마하다. 


그렇게 처음으로 내가 주도해서 나의 삶을 결정한 기쁨이 sns에 올라간다. 주변 친구들은 퇴사한 친구의 결정을 축하해준다. 그래 얼마나 힘들었니, 더 좋은 회사에 갈거야, 잘했어. 그게 친구의 역할이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퇴사하는 것이 정말 좋은 판단일까 고민해주는 것은 주변 친구의 역할이 아니다. 그렇게 축복 속에 퇴사를 하고 퇴사여행을 갔다온다. 


아쉬운 점은 그 퇴사의 판단이 나중에 30대 중후반이 되어 돌아봤을 때 후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버티는 힘도 중요하다는 것을 주변의 다양한 케이스를 보며 서서히 깨닫는다. 퇴사의 기쁨도 잠시, 결국 독립적으로 돈을 버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회사에 다시 가야 한다면 그 잠깐의 기쁨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다음날 그 기쁨은 사라지듯, 스스로 결정했다는 그 기쁨 역시 일시적일 수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주니어 입장에서 퇴사하는 것을 축하받는 SNS를 보면 퇴사하는 것이 용기를 낸 것이고 옳은 것이며 남아 있는 것은 바보같은 행동은 아닐까 생각될 수도 있다. 퇴사하는 것이 부러운 행동이라고 여겨질 필요는 없다. 그 시점에서 퇴사하는 것이 좋은 결정인지 아닌지, 칭찬받을 일인지 아닌지는 그 당시는 알 수 없다. 그 사람의 여러 가지 사정상 퇴사하는 것이지 축복받고 부러워할 일은 아니다. 중고등학교나 대학교의 자퇴가 자신의 커리어에 평생 남듯, 퇴사도 자신의 커리어를 평생 따라 다니는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이다. 여러번 퇴사를 해본 입장에서 퇴사의 기쁨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나 자신의 커리어 전체를 생각해서 퇴사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written by 커리어 생각정리 책, 불안과 불만사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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