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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won Yeo Feb 12. 2024

순수예술에 관한 단상



i. 순수예술은 신화인가?

https://youtu.be/ZLJtOvXU0jA?si=4cnSN1KvnounxyCa


우리는 순수 음악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음악을 소리와 소리의 관계가 만들어낸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전용 콘서트홀의 외부와 차단된 음향 공간을 생각해 보면 순수하게 그 음악에 집중하는 공연 문화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 특별히 연주가 시작되면 객석의 조명이 꺼지고 무대 위에 조명만 켜지는 동시에 음악 감상을 할 때는 옆사람과 어떠한 상호작용도 하지 않는 것을 예절로 생각하면 이런 순수 음악 개념은 오늘날도 유지되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모든 공연에 대해서 우리가 순수 음악적 태도로 감상을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데이트 목적으로 공연을 보기도, 또 음악이 아니라 그 음악가가 좋아서  경우도, 친한 친구가 연주해서 친구끼리 가는 경우도 많다.


즉 음악의 자율성은 어쩌면 신화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우린 음악과 연애, 우상숭배, 친목을 분리하지 않는다.


ii. 왜 클래식 음악을 높게 평가하는가?


우리가 몇 백 년 전 서유럽에서 작곡된 클래식 음악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음악 일반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음악의 위상을 상당히 높였다는 데 큰 의의를 둔다.


17세기 이전의 서유럽에서의 음악은 교회 의식을 위해 쓰이는 것, 혹은 세속에서 단순히 사람들의 흥을 돋구는 용도에 불과했다.


이는 다른 문화권도 마찬가지인데 한국의 종묘제례악을 봐도 음악은 배경이고 제사가 메인이다. 민간에서도 여흥용으로 민속음악을 즐겼지 진지하게 음악을 듣진 않았다.


하지만 18세기 중산층 시민이 성장하면서 공공연주회가 탄생하고 이는 음악만을 진지하게 듣겠다는 미학관의 대두, 그에 따라서 작곡가가 처음과 끝을 완결된 작품의 형태로 음악을 작곡하고 이를 보존하기 시작했다는 점,


이후 낭만주의 시대에는 음악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인간의 초월적인 내면의 감정을 담는 수단이라고 보는 사상, 음과 음 사이에 음악적 아름다움이 있다고 보는 사상이 대두되며 음악은 배경이 아니라 진경됐다




iii. 클래식 음악이 우월한가?


https://youtu.be/3vFKaqd995c?si=dvlaQIvTm5EnwYqU


이렇듯 음악을 단순히 배경으로 삼는 것을 넘어서 음악 만의 독자적인 의미를 만들어서 음악의 위상을 높였다는 것은 서구 클래식 음악을 높게 평가할 만한 근거가 된다.


 그런데 일부 사람은 서구 음악과 같이 음악 내재적인 가치에 집중하는 음악은 우월한 것이고 춤, 지역문화, 통과의례와 분리되지 않은 비서구 지역의 음악은 열등한 음악이라는 논리를 구사하기도 한다.


 문명이 진화하면 개별 영역이 발달하면서 전문화, 자율화되기 때문에 순수음악이 더 진화된 음악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는 잘못된 논리인데 그 근거로  1. 서구식 음악 공연감상 역시 데이트, 우상숭배, 친목과 분리되지 않았기에 엄밀한 의미에선 결코 '순수'음악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점.


2. 설령 음악의 소리구조에 집중한다고 해서 그것을 우월하다고 볼 순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데이트 목적으로 공연 자주 가잖아
음악 전공자들은 공연끝나고 뒷풀이 식사하러 간다


iv. 순수예술에 비교적 가까운 사례: 아방가르드


https://youtu.be/DN0fgPSJFe4?si=TE53HAG68MH54QBu


몇 달 전 현대 음악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근데 다른 공연에는 커플 단위로 관객이 온 경우가 많았는데, 반해 현대 음악 공연에서는 개인 단위로 온 경우가 많았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할까 고민했는데 음악의 자율성과 연결지어서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본 공연인 연극은 데이트를 겸해서 공연을 보기 때문에 커플 단위로 관람을 많이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음악은 (그중에서도 특히 아방가르드)는 음악에 있어서 급진적인 변화, 실험적인 시도 등을 특징으로 하는 사조이다.


 이러한 음악을 대할 때는 다른 기능을 겸하며 음악을 듣기보다는 음악만을 집중해서 관람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그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관람객이 혼자 개개인 단위로 오는 것으로 드러났을 것이다.

고독하게 감상한다

v. 순수예술이 아닌 사례: 대학로 연극 공연


https://youtu.be/r4TGMuBLy0U?si=CdbM0I2_MigeaKnU


우리는 순수예술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예술의 본질을 내적 요소의 짜임새(소리, 색, 몸짓)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전용 극장의 외부와 차단된 음향 공간을 생각해 보면 순수하게 예술에 집중하는 공연 문화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 특별히 공연이 시작되면 객석의 조명이 꺼지고 무대 위의 조명만 켜지고 공연 감상시 옆사람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것을 예절로 생각하면 순수예술 개념은 오늘날도 유지되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모든 공연에 대해서 우리가 순수예술의 태도로 감상을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많은 경우 공연을 데이트를 겸해서 커플끼리 보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마냥 '순수'하게 예술을 즐기지 않는다.


사실 순수예술이란 개념은 신화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우리는 예술을 연애와 분리하지 아니한다.


마침 연극의 중심 대학로에 숙박업소가 많다. 왜일까?

순수하지 않은 예술 감상
대학로 일대 네이버 지도


vi. 결론: 순수예술과 순수예술이 아닌 예술의 혼재.


이렇듯 현재의 공연 문화는 예술의 아름다움은 내적 짜임새에 있다고 보는 형식미학에 근거한 감상문화

전통적인 음악을 바라보는 관점인 음악을 순수하게 소리로만 듣지 않고 그 외 맥락과 적극적으로 연계하는 감상 문화가 혼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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