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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won Yeo Jul 20. 2024

K-pop은 반공(反共)음악입니다.

음악인류학 관점으로

<K-pop은 반공 음악인가?>


I. K-POP 그리고 반공 음악

1.들어가며: 통념 상의 반공 음악

 

우리가 흔히 반공 음악이라고 하면 공산주의 사상에 반대의 입장 가사나 제목을 담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군가 <멸공의 횃불>과 같이 작곡/작사가가 의도적인 반공의 내용을 담은 음악을 반공 음악이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음악에 있어 가사의 내용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오래전에 음악의 의미를 가사에서 찾는 내용 미학이 전개됐으며 음악의 역사를 작곡가의 역사로 서술하는  통상의 서양 음악사 교과서를 보면 '작곡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반공적 가사를 넣은 음악'을 반공 음악이라고 보는 관점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2. 음악이란 무엇인가: 인류학 관점에서 본 음악


 하지만 음악 실제에 있어 음악의 의미는 작곡가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용자 역시 중요한 음악적 참여자이다.


 또 음악은 사회 안에서 기능을 수행하며 한 문화권 내에서 특정한 의미를 부여받은 상징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반공 음악을 '공산주의 사상, 정치체계에 대해 반하는 가사를 가진 음악'에 한정하지 않고 '공산주의 사상, 정치체계에 반대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음악'으로 이해할 수 있다. 케이팝을 '2000년대 후로 대두되며 세계적으로 흥행하기 시작한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 대중가요'이라 볼 때 K-pop의 반공 음악적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II. 음악에 의미를 어떻게 부여할 수 있는가?


1. 지역과 음악


 우리는 음악의 의미를 종종 지역, 국가와 관련해서 부여하곤 한다. 레게라는 장르는 자메이카의 지역성 속에서 차이콥스키의 작품은 러시아라는 국가와, 캘리포니아 드림은 홍콩이라는 지역과의 연관 속에서 이해된다. 이렇듯 사람들은 음악 속에서 특정한 지역성을 듣곤 하며 그 의미는 주로 공연되는 지역, 작곡가의 국적과 같은 전통적인 기준과 함께 배경 음악으로 삽입한 영화의 배경 등의 방식으로 성립되곤 한다.


 물론 체코 출신 작곡가 드보르작의 미국을 표현한 '신세계 교향곡'과 같이 작곡가의 국적과 그 음악의 배경이 다르거나, 독일에서 영국으로 귀화한 작곡가 헨델의 음악과 같이 한 작품이 동시에 여러 지역성을 가질 수도 있으나 이 역시 단순히 음악과 지역이 1:1로만 대응하지는 않는다는 사례를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즉 음악은 지역성이란 의미를 부여받곤 한다.


2. 문화로서의 음악


 전술하듯 음악은 단순히 하나의 작품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음악의 의미를 만드는 참여자는 작곡가 뿐 아니라 연주자, 수용자, 후원 체계 등 다양하며 음악 역시 한 공동체에서 사회적으로 의미 부여되고, 주기적으로 수행되는 하나의 문화적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서양 클래식 음악은 단순히 위대한 작곡가가 쓴 교향곡, 소나타, 협주곡과 같은 장르로만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쇼팽 콩쿠르와 같은 경연 문화, 소규모 응접실에서 열리는 연주회, 전용 콘서트홀 공연 등의 연행 문화와 동시에 종교 음악의 후원 체계로서의 교회, 국가 행사 음 악 후원처로서의 궁정이나 기관 역시 서양 음악의 한 부분이다.


  '음악 의례에 관여하는 공동체의 모든 참여자와 참여 방식' 역시 음악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즉 음악은 문화로서 볼 수 있다.


 

III. K-pop의 의미를 이루는 배경은 무엇일까?


1.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 자유 진영의 최전선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은 무엇일까? 대한민국은 자유 진영의 국가이다. 건국 초기 공산 진영의 북한과 전쟁을 하며 지금도 분단 상태에 있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은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의 첨예한 대립에 최전선에 있는 국가이다. 이런 만큼 한국의 국가 정체성은 '반공'의 맥락과 뗄래야 뗄 수 없으며 한국의 지역성이 반영된 K-pop 역시 반공의 의미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2. K-POP의 데뷔 문화: 오디션 프로그램


 이런 한국 대중음악 가수는 어떤 방식으로 데뷔하는가?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다수의 아이돌 그룹 가수 지망생들이 TV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노래, 춤, 외모 등이 종합된 퍼포먼스를 공개적으로 심사 받고 그 과정을 방송을 통해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문자 투표와 같이 시청자의 의사도 개입된다. 이런 심사의 과정을 거쳐 데뷔 가능한 순위권에 든 가수 지망생은 연예 기획사에서 아이돌 그룹으로 꾸려져 무대에서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IV. K-pop의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가?


1. 자유주의 음악: 권위주의에 대한 시위에 사용하는 음악

 

 2016년 당시 이화여대 학생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라는 음악을 배경으로 총장 사퇴 시위에 임한 적이 있다. 이전 1980~90년대의 정치적 시위에 쓰는 음악이라고 하면 대개 정치적 메시지와 구호가 노골적으로 담긴 민중 가요가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평가받는다. '다시 만난 세계'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작곡된 대중음악이며, 사랑과 희망의 가사를 담은 아이돌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가사의 새로운 희망 세계를 정치적 변혁을 이끈 후의 모습을 비유한 것이라고 해석해서 일까? 아니면 16년도 당시 이화여대 시위에서 음악으로 쓰인 내력 덕분일까? 그 이후로 태국의 왕실 퇴진 시위에도 이 음악이 쓰였으며, 칠레 대선에 극우적 성향의 후보를 반대하기 위해 결집한 정치적 세력의 중심엔 K-pop 팬덤이 있었다고 한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7/31/2016073100692.html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111915235470755

https://www.yna.co.kr/view/AKR20211227004000087

2. 민주주의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문자 투표 그리고 민주적 선거


 중국은 아이돌 선발 프로그램을 검열하겠다고 발표하고 이윽고 한한령을 통해 K-POP에 대한 전면적인 통제를 행한 적이 있다. 표면 상으론 전통적인 중국의 미적 가치 훼손과 같은 명분을 내세웠으나 이면엔 문자 투표를 통해 선거의 기능과 효용성을 학습한다면 권위주의적 현 정권에 위협이 될 수 있겠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29KIE1HNM9

3. 반-북한 음악: 대북 방송과 밀반입


 전방 지역에선 북한을 향해 대북 방송을 하곤 하는데 기상 예보, 국제 뉴스 등의 정보를 전달하곤 한다. 한편 한국 대중음악 또한 중요한 콘텐츠로 포함되는데 북한의 경직된 음악 양식, 가사와 대비되는 자유롭게 실험적이고 현란한 음악으로 북한 주민에게 대한민국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한다. 이런 한류 콘텐츠는 전방 뿐 아니라 중국 국경선을 통해서 CD와 USB로 밀반입되기도 하는데 탈북민의 증언에 의하면 K팝을 포함한 한국 문화콘텐츠가 탈북을 결심하게 되는데 중요한 단초가 됐다고도 말한다.

https://www.voakorea.com/a/7641294.html


V. 나가며: 반공 음악으로서 K-POP


이상의 사례를 볼 때 케이팝은 다양한 국가와 지역에서 권위주의에 대한 반대를 표현하는 데 사용되곤 한다. 한국 대중음악은 상업적 목적으로 제작되는 만큼 노골적인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담기 보단 남녀 간의 사랑, 부에 관한 갈망 등의 가사를 담는 점이 많을 것을 생각해보면 매우 독특한 현상이다.


 하지만 음악의 의미는 가사 텍스트의 뜻에 고정되는 것이 아니며 이후 시대와 장소에 따라 새롭게 부여될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자유진영의 최전선 국가로서 한국의 지역성, 투표를 통한 오디션 선발이라는 음악 문화와 연관 지어서  반-권위주의, 반-공산주의의 맥락을 한국 대중음악이 부여받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K-POP을 탐구할 때 단순히 대한민국의 지역 내에서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는 지에 한정되어서 보기 보단 전 세계적 맥락에서 어떤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고 의미를 부여하는가를 중점으로 연구할 때 보다 케이팝을 이해하는 폭넓은 시야를 갖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김희선. 문화의 시각으로 음악을 보다. 서울: 띠움, 2020.

Harper-Scott, J. P. E. 음악학개론. 경기도: 음악세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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