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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원 Jiwon Kim Feb 29. 2024

파트너 변호사님의 은퇴

막내 변호사가 지켜본 마지막 출근일

내가 다니는 법무법인을 설립한 변호사님 중 한 분이 오늘 은퇴를 알리는 <감사 인사> 메일을 보내오셨다. 법무법인 전문직/일반직 직원 전체를 수신인으로 하는 메일이었다.


변호사님께서는 사법연수원 수료식을 마치시기도 전에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여, 첫 직장에서 10년을 근무하고 해당 법인에서 분리되어 나온 현재의 우리 법인을 설립할 때 구성원 변호사로 함께 하셨다. 그래서 우리 법인의 영문명에 변호사님 성함이 포함되어 있다.


내가 법인에 재직하는 중에 변호사님의 일을 수행해 본 적은 없다. 그렇지만 탕비실에서 커피를 기다리거나 할 때 변호사님을 마주치면 항상 밝은 표정으로 말을 걸어주셨었는데, 항상 그 모습이 너무 따뜻하고 감사하게 느껴졌었다.


오늘 변호사님의 메일에서 "그 동안 변호사로서 별다른 과오 없이 성공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가족들과 아울러 우리 법인의 가족들이 저와 함께 하면서 많은 도움을 준 덕분이라 생각합니다"라는 표현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님의 업무경험이 가족과 법인 임직원 덕분에 가능했다고 공을 돌리는 것도 멋지셨거니와, 변호사님 스스로 "변호사로서 별다른 과오 없이 성공적으로 활동"하였다고 말씀하시면서 은퇴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이 회사를 창립하고, 그 이래 수십 년간 굳건히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기여해오신 것도 더불어서 말이다.


나는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살아가면서 그간 해온 일들, 스쳐간 인연들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까. 나는 자타공인 과오 없이, 부끄럼 없이 변호사 생활을 영위해나갈 수 있을까. 앞으로 종종 변호사님의 메일을 떠올린다면 내 스스로 방향을 재정비할 때 귀감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변호사님께서 은퇴 전 마지막 퇴근길에 꽃바구니를 가지고 돌아가신다면 시원섭섭한 발걸음이 경쾌해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꽃바구니를 사서 변호사님께 드렸다. 약소한 선물과 카드이긴 하지만 법인에서 가장 어리고 연차가 낮은 막내 변호사인 내가, 법인을 만들고 일구어 성장시키신 변호사님께 가지는 존경심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변호사님께서 고맙다고 꽃바구니를 받아주시고는 이윽고 내 방에 방문해 문진을 선물로 주고 가셨다.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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