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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콘치 Mar 09. 2024

나의 초록색 수첩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김종원


손에 땀이 많아 글을 쓸 때 손이 아플 때가 많다. 볼펜이 자꾸만 미끄러져서 손에 힘을 많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글을 올려야지’하고 작정한 날에는 키보드를 사용했었다. 그래서 더더욱 나의 일기장은 소외되고 있었다. 요즘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를 읽고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책상 한편에 방치해 두었던 일기장을 펴보고 싶어졌다. 주로 힘들 때 나의 답답함을 토로하기 위해 펼쳤던 일기장이었다. ‘혹시 다시 읽으면 그때의 감정이 떠올라 마음이 힘들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일기장을 활짝 펼치지도 못하고 조금만 열어서 실눈을 뜬 채로 읽어보았다. 그런데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몇 안 되는 글이지만 내가 키보드로 썼던 글보다 훨씬 잘 읽히는 느낌이었다. 손으로 쓰다 보니 훨씬 짧지만, 더 진득한 느낌이 들었달까. 키보드로 썼던 그간의 내 글들이 너무 많은 주제를 담거나 자꾸만 길어졌던 이유는, 어쩌면 쏟아지는 내 생각들을 키보드는 다 받아낼 수 있다 보니 너무 많은 연상들을 담게 되어 그런 듯 싶다. 그래서 앞으로는 수첩에 글을 써 버릇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짐을 하면서 수첩 표지에 ‘먼저 음악을,’이라는 말을 적어놓았다. 이것도 지금 읽고 있는 책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얼마 전, 버스 안에서 그날 기분에 딱 맞는 음악을 들었더니 쓰고 싶었던 말들이 술술 나오던 경험을 했다. 책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왔다.


영감이 전혀 떠오르지 않거나, 감성이 입체적으로 춤추지 않을 때, 나는 이런 방법을 추천한다. 바로, 사랑스러운 음악에 기대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중략) 그럼 막혔던 영감과 감성이 쏟아져 나온다.


오늘도 꽂힌 음악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자연스레 초록색 수첩을 열게 되었고, 일기를 써 내려갔다. 그러고 보니 옛날 학창 시절에 쓰던 일기장에 그날 일기를 쓰며 무슨 음악을 듣고 있는지를 꼭 써놓았던 기억이 난다. 올해는 매일 학급에서 겪는 고민과 시행착오를 일지 형태가 아닌 글의 형태로 기록하고자 하는 다짐을 했었다. 그래서 퇴근 후 자기 전에 꼭 그날 나의 마음을 공감해 주거나 다독여주는 음악을 들으며 나의 학급 이야기를 아주 짧게라도 매일 써보려 한다.


경험은 실수를 통해 선명해진다. 모든 실수와 고통은 글쓰기라는 대상 앞에서 가장 근사한 소재다.


하루에도 수백 번 실수와 고통, 고뇌가 쓰나미처럼 몰려와 나를 덮치는 교실 안에서 나는 그것에 휩쓸리지 않고 ‘글감’으로 승화해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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