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종종 산행을 한다. 산에 오르다 보면 매번 함께 출발한 사람은 어느새부턴가 보이지 않고, 뒤에서 올라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앞질러 간다. 그러다 보면 승부욕이 발동해서 앞선 사람들을 따라잡아보려 속도를 내보기도 한다. 하지만 곧 지쳐 멈추고 만다.
나는 매사 그랬다. 늘 느리고, 더뎠다. 자주 멈칫거리고, 시원찮았다. 남들보다 자주 멈춰야만 계속 갈 수 있었다. '왜 나는 항상 느릴까..', '왜 나는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라는 고민을 하며 엉금엉금 올라가보았다.
조금 의기소침 해지던 찰나, 산 아래로 펼쳐진 멋진 풍경들을 보며 한숨 돌리다 보면 이런 생각도 듭니다.
'좀 자주 쉴 뿐이지, 멈추지는 않잖아?'
돌이켜보니 필라테스가 재밌어 몇 년 간 꾸준히 했던 때도 있었다. 극한의 고통스러운(?) 동작을 일정 시간 버텨내고, 잠시 쉬었다가 난이도를 올려 또 버텨내는 방식에서 성취감과 재미를 느꼈었다. 필라테스는 꾸준히 하기에 돈이 많이 들어 잠시 멈추고 있는데, 필라테스에서 느낀 그 매력을 산행에서 발견한 것 같다.
자주 쉬어가야 한다고 해서 그것이 꼭 못난 것은 아닌 것 같다. 늘 빠르고 멋지게 쉼 없이 전진하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지만, 나는 나대로 엉금엉금 잘 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남들보다 아주 많이 느릴지라도 나도 내 나름대로 도전하고, 나름대로 성장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들도 맞고, 나도 맞다'라는 생각을 하니 뿌듯하기도 하고 왠지 한결 자유로운 느낌도 든다.
좀 느리면 어떤가. 쉽게 지쳐서 자주 쉬면 좀 어떤가. 내 나름대로 나아가고 즐기고 성장하고 있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겠지.
등산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또 오랜 시간 잠으로 체력을 충전해야 하는 나 이지만, 오늘은 그런 나를 나무라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