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지금 이 순간

by Jiwon Yun

※ 영화의 주제와 감정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부모의 갈등으로 인해 형 코이치와 동생 류노스케는 떨어져 살게 된다. 어느 날 코이치는 고속열차 두 대가 서로를 향해 달려와 만나는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원을 빌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코이치의 소원은 네 식구가 다시 함께 사는 것이었다. 반면 류노스케는 천진난만한 웃음을 띠며 가면라이더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좋아하니까 되고 싶다”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나 역시 내가 좋아서 막연히 꿈꾸고 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 보게 된다.


학생일 때는 공부를 하고 안정적인 직업을 얻는 것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니, 내가 그토록 안정적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오히려 나를 가장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돌고 돌아 지금의 나는,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가장 마음에 든다. 나의 선택으로 인해 마주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마저 기꺼이 감당하겠다는 마음이 내게는 ‘좋아하니까 되고 싶은 마음’이다.


영화 속 부부싸움 장면에서는 유난히 마음이 아팠다. 형은 부모를 말리고, 동생은 자리를 피해 밥을 먹는다. 태연한 척 숟가락을 드는 뒷모습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눈에는 금방이라도 넘칠 것 같은 눈물이 고여 있다. 그 모습이 어릴 적 오빠와 나를 떠올리게 했다. 모른 척 자리를 피하지만, 사실은 모든 것을 느끼고 있을 아이의 뒷모습은 유난히 안쓰럽고 처연해 보인다. 안 듣는 척, 모르는 척해도 아이들은 누구보다 예민해서 다 알고 있다.


코이치와 아이들은 기적을 만나러 가는 길에서 이미 수많은 기적을 경험한다. 그 시간들 속에서 마음이 변한 걸까. 누구보다 간절했던 코이치는 정작 고속열차가 만나는 순간, 끝내 소원을 빌지 않는다. 화산 폭발로 가족이 다시 함께 살게 되기를 바랐지만, 그는 가족보다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택한다. 그 기적이 이루어졌을 때 상처받게 될 수많은 것들을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코이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기로 결심한 듯 보인다. 아이들에게는 인생에서 한 뼘 크게 자라는 순간이 있는데, 아마 코이치에게도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아이가 여행을 통해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왔을 때, 호들갑 떨지 않고 태연하게 아이를 반겨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가 펼쳐 보인 이 세계를 바라보며, 나 역시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