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라이프>, 기억 하나로 완성되는 삶

by Jiwon Yun

※ 영화의 줄거리와 일부 주요 장면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원더풀 라이프〉를 책으로 먼저 읽다가, 글자 너머에서 살아 움직일 장면들이 궁금해져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 영화를 위해 웨이브까지 구독했지만, 전혀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대략적인 줄거리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책과 영화는 전혀 다른 감각으로 다가왔다. 보통은 감명 깊은 영화를 보고 책을 찾게 되지만, 그 반대의 경험도 또 다른 깊이를 만들어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영화에 담긴 이야기들은 떠올리기만 해도 울컥한다. 그만큼 나에게는 아주 큰 세계로 다가온 영화였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천국으로 가기 전, 림보라 불리는 곳에 머문다. 그곳에서 일주일 동안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고르고, 그 기억과 함께 영원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림보에서 일하는 모치즈키는 50년 동안 단 하나의 기억도 고르지 못한 채 머뭇거려온 인물이다. 그러다 자신이 맡게 된 한 남성을 통해, 오래도록 잊고 지내던 무언가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나는 추억이란 어딘가에 잠들어 있어 우리가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떤 추억은 우리의 경험에 따라 자라고, 변화해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게 모치즈키는 누군가가 자신과의 추억을 선택한 세트장에서 함께 일했던 스태프들의 모습을 오래도록 눈에 담는다. 그 장면과 평생 살아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가장 소중한 추억이라 하면 대단하고 극적인 순간을 떠올리려 한다. 하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그것이 얼마나 사소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평생을 대변하는 단 하나의 순간은 각자의 삶 어딘가에 존재한다. 바로 지금일 수도 있고, 머지않은 미래일 수도 있다. 혹은 당시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최고의 순간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기억일 수도 있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추억을 고르라고 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던 순간을 선택하겠다. 만약 영원한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 시간 속에서 그들과 함께 머물고 싶다.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추억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