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크기

by 하신선

웃음은 가벼운 감정이 아니다.

나는 생각보다 많이 웃는 사람이다.

그래서 상처도 많이 받았다.

불편한 농담 앞에서도 웃으며 괜찮은 척했고,

먼저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며 방어하기도 했다.


중학생 때였다.

학원에서 선생님의 농담에 한참 웃고 있었는데,

앞자리 남학생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누가 이렇게 크게 웃냐? 진짜 아줌마 같은데?”


얼굴이 달아올랐고, 웃음은 그 자리에서 멈췄다.

그날 이후 나는 밖에서 크게 웃지 않았다.

웃음은 기쁨이 아니라, 눈치를 살핀 뒤에야 허락되는 행동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

웃음은 늘 한 가지 감정만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반가움과 그리움, 감사와 체념, 회복과 포기가 겹겹이 섞여 있다는 것을. 웃음은 생각보다 복잡한 언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실수를 비웃지 않는 사람을 만났다. 서툰 농담에도 웃어주고, 불안한 마음까지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나는 잊고 있던 웃음을 다시 배웠다.


억지로 만드는 표정이 아니라,

마음이 안전할 때 저절로 피어나는 반응.


이제 나는 전보다 조금 더 편하게 웃는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일이 조금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오늘도 작은 실수 앞에서 한숨 대신 조용히 웃어본다.

그 웃음이 나를 조금 덜 숨기게 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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