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들과의 약속은 잘 지키는 편이다.
이상하게도, 나와의 약속만 빼고.
주말마다 늦잠과 싸우지만
출근하는 날이면
알람을 열 개 넘게 맞춰둔다.
알람이 울리면 끄고,
다시 울리면 또 끄고,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가
결국 억지로 몸을 일으킨다.
맡은 일과 과제도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내려 애썼다.
그런데 이상했다.
남과의 약속은 그렇게 지키면서
정작 나와의 약속은 자주 어겼다.
매일 운동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날,
나갔던 날보다
나가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책을 읽겠다고 펼친 날에는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휴대폰을 먼저 집어 들었다.
일찍 자겠다고 다짐한 날에도
미뤄둔 일들을 붙잡고 있다가
결국 늦은 밤이 되어서야 불을 껐다.
스스로 세운 다짐들은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졌다.
왜 그랬을까.
약속의 상대가 ‘나’라서였을까.
남의 눈에는 그렇게 신경 쓰면서
왜 내 마음에는 그렇게 무심했을까.
내 마음을 돌보는 일에는
늘 ‘나중에’라는 말이 붙어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그 무심함을 멈춰보려 한다.
거창한 다짐 대신
지킬 수 있는 약속 하나를 남겨두기로 했다.
오늘은
조금 일찍 눕기.
혹은
책을 딱 다섯 페이지만 읽기.
그렇게 사소한 약속 하나라도
지켜낸 날이면
나는 조금 덜 흔들린다.
그래서 오늘은
하나만 지켜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