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나를 지키려다, 사람을 놓쳤던 순간

by 하신선


짙은 새벽이 밝아질 때쯤 가게에

한 손님이 방문했다.


“오징어 두 마리만 주세요.”

“만원입니다.”


오징어를 담아 건네려는데

손님이 나를 불러 세웠다.


“그 옆에 큰 것 주세요.”


나는 잠시 망설였다.

값의 차이를 알고 있었기에

그대로 드리기엔 손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손님, 이건 2만 원 하셔야

큰 것까지 드리는 건데요…”


말을 꺼내고 나서야

괜히 덧붙였다는 걸 느꼈다.


결국 큰 것으로 골라드렸지만

손님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내 말이

가격을 설명하는 말이 아니라

선을 긋는 말처럼

들렸을지도 모른다.


계산을 하면서 그가 말했다.


“기분 나쁘게 장사하지 말고

이천 원 더 받으세요.”


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그는 끝내 돈을 내밀며 말했다.


“다음에 또 올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쪽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왠지 모르게

내가 잘못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는 왜

설명하지 않으면

무시당한다고 느끼는 걸까.


어릴 때부터 그랬다.

잘 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나는 종종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를 설명해야 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어느 순간부터

설명하는 게 먼저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

가볍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


그 습관이

그날도 먼저 튀어나왔다.


사람보다

말이 앞섰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이

하루 종일 나를 붙잡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손님도

오늘 하루 어딘가에서

마음이 상해 있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그 말이

더 날카롭게 들렸던 건 아닐까.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지만

닿지 않았던 것 같다.


나를 설명하기보다

사람을 먼저 보려 한다.


설명하지 않아도

내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조금씩 배워가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나는 왜 나와의 약속을 가장 자주 어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