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고 말하던 시절

스물넷의 출근길

by 하신선

나는 오솔길과 넓은 논이 있는 시외 지역에서 살았다.

고등학교 때는 새벽 버스를 타기 위해 늘 서둘러야 했다.


버스를 놓치면 두 시간을 기다리거나

40분을 걸어 다른 동네 정류장까지 가야 했다.


스물넷이 되던 해,

나는 시내에 사는 친구 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새로운 직장에 다니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적응은 쉽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나에게

모든 것은 서툴고 낯설었다.

꾸지람도 자주 들었고, 텃새도 있었다.


여덟 살 많은 선생님은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인사를 받아주지 않기도 했고

늘 무시하는 말을 내뱉었다.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내 등 바로 뒤에서 선생님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 이름이 들렸다.


“잘 들리면서 안 들리는 척하네. 짜증 나게.”


나는 못 들은 척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무시당할 것 같았다.


담임 선생님은 유치원 앞 차량 운행 출발 전에

아이들을 인솔하면서

빨리 움직이지 않는다며 내 등을 세차게 때리고

소리를 치곤 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나는 점점 나를 부정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마음이 점점 꺼멓게 되어가는 것 같았다.


출근 버스 창밖을 바라보다

눈물이 맺히는 날도 있었다.

창밖에는

벚꽃이 흩날리는 시골길이 이어졌다.

봄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풍경과 달리

내 마음에는 태풍이 불고 있었다.



그 버스는

혼자 생각하고,

조용히 울고,

겨우 숨을 고르던 곳이었다.


그럴 때면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국공립 직장에 다닌다며 좋아하시던 엄마.

그 모습을 생각하면

도저히 그만둘 수가 없었다.


힘들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때의 엄마도 지쳐 보였다.


나는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주말이 되면 시골 버스를 타고

엄마가 있는 집으로 갔다.


힘들다는 말은 꾹 삼킨 채

“직장 잘 다니고, 밥도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나는 엄마를 꼭 안았다.


엄마 냄새 속에서

내 마음도 조금 잠잠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조금씩 단단해졌다.


누가 뭐라 하든

내 일을 묵묵히 해내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의 나는 참 잘 견뎌냈다.


지난날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너는 참 대견해.

참 잘해왔다.

앞으로 더 행복해질 거야.”


그때의 버스처럼

나는 오늘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향해 나아간다.


조금 더 나은 나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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