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불러준 사람

by 하신선



2023년 8월.

아침 7시쯤이면 시장은 이미 분주했다.

나는 그곳에서 일한 지 두 달째였다.


함께 일하는 어르신은 사장님의 친어머니였다.

시장 사람들처럼 나도 자연스럽게 그분을 이모라고 부르게 되었다.


처음 만났을 때 이모는 이렇게 말했다.


“일은 천천히 배워도 되니까 다치지만 말아라.”


나는 그 말이 참 고마웠다.

그래서 보답하듯 더 열심히 배우려고 애썼다.


손님이 없는 시간이나

고기를 대량으로 손질하는 시간에는

이모가 자신의 지나온 세월을 이야기하곤 했다.


이모는 가끔

앞치마 윗자락으로 눈가를 훔쳤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등을 가만히 쓰다듬어 드렸다.


내가 안아주면

이모는 더 서럽게 울 때도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이모는 나를

“딸내미”라고 불렀다.


나도 이모가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물건을 잘못 전달할 뻔해서

이모가 “그거 말고 다른 거”라고 말했는데

내가 제대로 듣지 못하고 그대로 손님께 드렸다.


그 순간 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야!”


시끄럽던 시장이

잠깐 조용해진 것 같았다.


주변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몇 초의 정적이 흘렀다.


나는 손님께 사과하고

다시 물건을 챙겨 드렸다.


내가 이렇게까지 혼날 일인가 하고

목이 메이는것 같았다.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

평소보다 더 조용히 일하고 있었다.


그때 이모가 다가와 물었다.


“내가 아까 소리 질러서

내가 밉냐, 싫으냐?”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아까 제가 실수한 건 죄송해요.

그런데 이름도 안 불러주시고

‘야’라고 소리치니까 너무 놀랐어요.

마음이 상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이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사모님을 통해 이런 말을 전해 들었다.


“신선이가 착한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할 말 다 하더라.”


그 말을 듣고

괜히 솔직하게 말했나 싶었다.


그런데 그 뒤로

이모는 늘 내 이름을 불러주셨다.

한 번도 다시 소리치는 일은 없었다.


어느 날 이모가 말했다.


“너 같은 딸이 있었으면

내가 참 살 맛 났을 텐데.”


그 말을 듣고 문득 생각했다.


나는 늘

마음을 삼키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괜히 말 꺼냈다가

미움받을까 봐.


그런데 그날 이후

이모는 늘 내 이름을 불러주셨다.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조심스럽게 꺼낸 마음이

꼭 관계를 무너뜨리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