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사람의 불안

사랑받으면서도 두려운 이유

by 하신선

사랑하는 사람은 쉽게 실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울었다.

기쁜 게 아니라, 미안해서였다.


나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서운해하고 흔들린다.

사소한 말에도 마음이 쏠리고,

괜히 표정을 살핀다.


사랑하면서도 나는

떠나는 장면을 먼저 연습한다.


혹시 내가 부족해져

그가 지쳐버리는 날을,

아무 일 없다는 얼굴을 연습한다


그런데 그는 늘 그 자리에 있다.

잔잔한 물처럼.

내가 요동쳐도 급해하지 않는다.

괜찮다고 말하고

내가 나를 의심할 때도

나를 먼저 믿는다.


그를 보며 생각했다.


사랑은 실망하지 않는 감정이 아니라

실망해도 떠나지 않는 태도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아직 두렵다.

그래서 자꾸 확인하고

그래서 괜히 먼저 겁을 낸다.


그럼에도 오늘은

도망치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묻는다.


나는

사랑을 말하면서

이별을 준비해 왔는지 모른다.


그래서 오늘,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서로의 자리를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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