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에서... 라도요?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은 어떤 것일까. 진짜 내 성격은 무엇이고,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 상태는 어떤 상태일까. 나는 최근에 여러 가지 이슈로 굉장히 힘든 한 달을 보냈기 때문에 극심한 우울을 경험해야 했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가파른 상승곡선으로 힘이 나기도 하는 경조증의 상태가 이어지기도 했다. 짝꿍과 친구들의 노력으로 열심히 힘을 내보려 하다가도, 자꾸만 기운이 떨어지고 힘이 없어지기도 했다. 운동을 꾸준히 나가는 것, 약을 제때 챙겨 먹은 것, 힘들어도 강아지 산책을 해 준 것이 그래도 내 병을 이겨내려는 노력이었다.
그래도 글을 쓰면서 치유의 힘을 느꼈다. 편안한 마음을 느꼈다. 몇 안 되는 글자를 적으면서도 내면의 힘이 강해지는 것을 느꼈고, 병과 관련 없이 비로소 내가 되는 경험을 했다. 평소 여러 방면에서 위축되어 있는 나지만, 절대 위축되지 않았다. 나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즐거웠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일기 같은 그들의 글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 조울증을 겪는 사람들, 보호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이야기, 보호병동에 갔던 환자들, 회복한 사람들, 아등바등 회복하고 있는 사람들. 그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큰 위로였다. 그냥 그 사람 자체로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그랬듯, 누군가는 내 글을 읽으면서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고 느끼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았다.
나에게 있어 편안해지는 것은 어떤 것일까. 글을 쓰는 것, 썼던 글을 퇴고하는 것, 하릴없이 음악을 들으며 앉아있는 것, 우리 강아지를 무릎 위에 올리고 안락의자에 앉아 햇볕을 받으며 앉아있거나 조는 것, 짝꿍과 한 침대에 누워 오늘도 수고했어, 잘 자, 하고 안아주는 것. 잠들기 직전 바삭한 이불을 덮고 있는 그 느낌. 운동을 모두 마치고 찬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물을 한 잔 마시면, 몸과 속이 편안해지는 것. 편한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것, 친구와 별 말 않고 자기 할 일을 하더라도 그 시간을 즐기는 것. 짝꿍과 드라이브를 가는 것.
내 일상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요소는 꽤 많은 것 같다. 근데 왜 내 삶은 아직도 불안정하다고 느낄까. 감정기복이 심하니까? 나도 모르는 새에 경조증과 우울증을 왔다 갔다 하게 되니까? 이건 약으로 조절이 된다 쳐도 말이다. 어떤 노래 가사처럼 마법 같은 해열제가 필요한데. 그게 없으니까? 내가 지금 안정된 직장이 없으니까? 삶의 목표가 흐릿해서? 자격증을 따야 하는데 꾸물거리고 있으니까? 이것들은 목표지향적인 일들인데, 이 일들이 전부 나에게 "이 사회에 부적합한 인간"이라는 인상을 줘서? 일 인분을 하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니 사실 2인분 3인분을 하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열심히 돈을 벌어서 부모님께 용돈 드리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지금은 내 입에 풀칠하기도 바빠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까? 그게 편안한 마음을 갖지 못하는 요소들일까.
하지만 인생이 늘 안정적이지 않더라도 편안하고 빛나는 순간들은 매번 존재했다. 나는 이 편안함들을 너무 간과하고 살지 않았나. 누군가는 매일 감사일기를 쓴다고 한다. 삶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일기를 쓴다고 한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도 한다고 하고, 독서모임도 한다고 하고. 음악을 하기도 한단다. 나는 내 삶을 좀 더 편안하게 다지기 위해 글을 쓰고 싶다.
글은 나에게 마음을 정돈하는 일이다. 머릿속에 복잡하게 널려있는 생각들을 끄집어내고 마음들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서랍에 물건을 착착 정리하듯 글로 쓰는 것이다. 이 서랍, 저 서랍에 마음을 정리하다 보면 큰 구간이 생긴다. 그 구간들에 이름표를 붙이고, 마음에 방을 만드는 일이다. 이 정리정돈을 열심히 해내다 보면 언젠가 내 삶 자체가 행복하다고 느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