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오글오글 12월호 : 2024년을 돌아보며>
<월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 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12월호 주제는 "2024년을 돌아보며"입니다.
"올해 학원 문 닫아야 돼. 아이고, 망하겠네."
올 초에 간 철학관에서 들은 말이었다. 아직 안 망했고, 안 닫았으니 철학관은 못 맞춘 걸로!
"어렵겠다... 닫는 게 좋겠어. 안 되면 인테리어라도 바꿔봐."
타로마스터도 조언했다.
"안돼... 그냥 부정이 잔뜩 꼈어. 에이... 부정 탔는데 거길 누가 들어가려고 하겠어. 팔리지도 않아!"
화룡점정은 무당이셨다.
그래? 그럼 어쩌지? 뭘 어째, 열심히 살아야지. 쓸고 닦고 열심히 가르치고. 그렇게 산 2024년이었다. 몸과 정신은 힘들었지만 어쨌든 버텨냈다.
그러니 좋았던 일만 기억하자!
나도 엄연한 작가님이 되었다! 혼자 고군분투하느라 쎄빠지게 고생은 좀 했지만. 실물이 없어서 좀 아쉬웠지만. 어쨌건 간에 출간 작가가 되었다. 게다가 얼마 전 처음으로 12월 정산도 받았다. 쥐꼬리만큼의 인세지만, 누군가 내 책을 사서 읽었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니 뿌듯하다.
여행 작가가 되고 싶었다. 이미 되었지만, 실물책이 출판된 작가가 되고팠다. 틈만 나면 여행을 하고 글을 썼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했다.
안테나를 세우고 있었더니 글 쓰는 모임이 보였다. 만나고 보니 함께해서 좋았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공모전에 응모를 했다. 공저 작업도 시작하기로 했다.
인연은 홀로 버둥거린다고 이어지는 게 아니다. 그게 부모 자식 간이더라도. 시어머니와 친정아버지. 나는 둘을 끊어냈다. "네가 한 게 뭐 있어?"라는 말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나 혼자 희생해서 이어가는 인연은 악연이다.
제일 중요한 거 아닌가. 학원은 열려 있고, 반가운 졸업생들이 찾아온다. 매일 오는 초등학생들은 행복하고, 고등은 기말 고사를 잘 봤다! 다음 주에 있을 중등 학생들도 잘 볼 예정이다. 준비를 철저히 했으니까.
무당님의 조언에 따라 학원 이곳 저곳에 숯과 소금을 뒀다. 자주 바꾸고 버려준다. 전구를 모두 새 것으로 갈았다. 휘황찬란하게 보일 수 있도록. 간식을 아끼지 않는다. 손 닿는 곳에 사탕과 과자를 뒀다. 선생님들도 수업하다 힘드시면 사탕 하나씩 드신다. 과일을 잘라 나눠먹는다. 공부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하하호호 즐거운 곳이고 싶으니까. 그래서 하하호호하지 않는 선생님은 정중히 잘랐다. 그만 오세요. 우리는 재밌는 학원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