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12월호 주제는 '2024년을 돌아보며'입니다.
누구에게나 계획은 있다. 계획은 언제나 수정가능하다.
2024년의 끝 무렵에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본다. 올해 시작은 유달리 활력이 넘쳤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획득한 성공 스킬을 무기 삼아,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탕’ 소리와 함께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듯 뛰어나갔다. 그래서 나의 계획은 몇 프로나 성공했을까? 연초에 세웠던 계획 ‘Big3‘를 살펴보자.
1. 북스타그램 1만 팔로우 달성 - 실패
2. 매일 운동하는 건강한 사람 - 실패
3. 월 매출 00만 원 달성 - 실패
그렇다면 2024년은 모조리 실패한 한 해인가? 그렇지 않다. 누구에게나 계획은 있다. 하지만 계획은 언제나 수정가능하다. 중간에 수정된 계획을 살펴보자.
1. 팔로우에 연연하지 말고 즐기자 - 성공
2.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운동하자 - 성공
3. 무리한 확장보다 현상 유지에 집중하자 - 성공
놀랍게도 100% 성공이다. 정신승리처럼 보이는가? 그렇다. 인정한다. 하지만 내가 올해 획득한 성공 중 하나가 바로 무너지지 않는 마인드, ‘정신승리‘이기 때문에 만족한다.
나는 올해 1만 팔로우를 보유한 책 소개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었다. 우선 여기저기 소문을 냈다. 열심히 해보라는 격려가 돌아왔다. 릴스를 만들기 시작했고 지인들은 깜짝 놀랐다. 극내향인인 내가 불특정 다수가 보는 소셜 미디어에 얼굴을 공개해 버렸기 때문이다. 진지하게 책 소개도 해보고, 선글라스를 끼고 사투리를 날려도 보고, 춤추며 책 소개도 해봤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싶기도 했고 때때로 ‘현타’가 왔다. 하지만 평생 알 속에 숨어 살다가 알을 깨고 나온 기분이었다. 새로운 경험은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다. 큰 반응을 얻진 못했지만 가족들은 내가 찍는 영상을 좋아했다. 보면서 즐거워했다. 그래서 나는 계획을 수정했다. 열심히 하는 내 모습 자체를 즐기자고. 그리고 100% 성공했다. 남들이 뭐라 하던 내 기준에선 최선을 다했고 즐거웠으므로 여한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소문낸 것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한 가지 계획을 추가했다.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될 거야.’
이번에는 소문내지 않고 조용히 진행했다. 글 다운 글이라고는 써 본 적이 없었으므로 떨어질까 두려웠다. 무슨 용기가 치솟았는지 글쓰기에 도전했다. 절박했다. 즐기는 것과는 별개로 1만 인플루언서가 되지 못했으므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딸아이한테는 뭐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에 가입했고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나를 몰아넣었다. 글을 써 본 적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일주일에 3편의 글을 써 내려가며 도전 3주 만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올해 나의 가장 큰 깨달음은 우리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는 것이다. 그 열려있는 문을 찾기 위해 나는 매일을 고군분투했나 보다. 가능성의 문을 더 빨리 찾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속도와 때가 있다. 나는 마흔이 훌쩍 넘어서야 새로운 문들을 찾아 나섰다.
올해가 시작될 때 지금과 같은 연말을 맡이 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책은 늘 끼고 읽었지만 글을 쓰는 내 모습은 꿈에서라도 그려본 적이 없었다.
한 달 뒤면 또 한 살을 먹는다. 언제부터인지 나이 세기를 포기했다. 수에 약해서 숫자가 커질수록 어렵고 헷갈린다. 하지만 확실한 건사는 게 어째 점점 재미있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