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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킴 Dec 01. 2022

101번 웃는 아이

아이를 변화시키는 말의 마법

하루에 100번 울던 아이.      


‘도대체 넌 왜 이렇게 우는 거야 진짜.’    

 

속을 까맣게 태우던 막내 덕에 그 무렵 내 삶은 100배쯤 힘들었었다.

얼마나 예민한지 조금만 거슬리면 옴 몸으로 울어대는 너. 벌써 미간에, 눈썹에 감정을 잡을라치면 나부터 뜨겁게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다스려야 했던 그때. 벌써 까마득해진 그때다.     

“애가 자꾸 울면 집에 안 좋은 일이 생긴다더라~”     

세상 무해한 표정으로 아이뿐 아니라 우리 집에 대형 악재를 뿌려대던 시누는 내가 기막혀 할 새도 없이 말을 쏟는다.

아이는 또 울어댔다. 내가 아픈 엄마였기 때문일까. 내가 아이를 예민하게 만들었을까.

자책할 새 없이 아이는 또 울 준비를 했다.      


어떤 날은 ‘그래 울어라. 언제까지 우는지 보자.’ 같이 어깃장을 놓다가도, 이유를 모르겠는 그 마음이 안쓰러워서 팔에 힘을 줘서 안아주곤 했었다. 둘째 키울 때까지는 아이 있는 집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아이들은 필요한 말을 하거나, 노느라 목청을 쓸 뿐이었다. 난 그게 내가 아이를 잘 키워서 그런 거라고 굳게 믿었었고.      


대체 이유가 뭘까?

너무 모르겠어서 화도 안 나던 그즈음. 세 살만 지나면 좋아진다는데 더 심해지던 그때쯤.

울보의 비위를 맞춰주는 형들의 달래는 소리가 화가 나서 막내를 데리고 방문을 닫았다.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감정을 잡는 아이와 서늘한 나.

아이와 한참 눈을 맞췄다. 둘 다 아무 말도 없었다. 참고로 울보는 고집도 세다.

한참 고르고 골라 내가 꺼낸 말은.     

“엄마는 너를 믿어.”     

아이라 그런가. 표정 변화가 극적이다. 구김을 한껏 다린 아빠의 셔츠 같은 얼굴로 눈을 크게 뜬다. 거의 5살로 달려가는 4살의 겨울이었으니까 내 말을 알아들을 나이가 된 건지. 나는 그 순간 느꼈다. 뭔가 통했다고.     

“엄마는 나를 믿어?”     

나를 믿냐고 묻는 아이 감정을 행간을 읽었다. 빠르게 대응해야 할 때다. 살다 보면 결정적 순간이 온다는데 지금이 그때였다. 놓치면 절대 안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솜털이 오소소 인다.      

“응. 엄마는 이 세상에서 너를 가장 믿어.”     

이미 아이는 내 말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최대한 쉽게 말해야 한다고 이 기회 놓치지 말라고 본능이 말한다.


“너는 너무 똑똑해서 예민하고 눈물도 나는 거야. 이젠 울지 말고, 말해. 그냥 네가 느낀 감정을 말하면 돼. 지금 엄마처럼.”     

신기하게도 아이는 내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았다. 어쩌면 아이 셋을 키우는 동안 가장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지켜보지 않아도 알았다. 아이는 이미 변화했다는 걸.

자. 결정타를 날려야 한다. 여기서 끝낼 수는 없었다.


“이건 비밀인데 말이야. 엄마가 너한테만 말해줄까?”    

 

호기심에 빛나는 예쁜 눈을 반짝이며, 두 손을 귀에 모은다.     


‘사실은 세상에서 너를 제일 믿어’     


진짜냐고 묻는 듯 커지는 눈에 설마 같은 의심은 없었다.      


‘엄마는 처음부터 네가 특별하다는 걸 알았어. 그런데 네가 엄마의 보석이라고 소문을 내면 다들 보석이 갖고 싶어 지잖아, 그래서 꾹 참고 있었어.’     


가만히 듣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고 낯설었다. 진짜 굉장한 비밀은 공유하는 사이처럼 닫힌 방 안에서 소곤거렸다.

나의 말을 주워 삼키듯 진지하던 아이는 다신 울지 않을 것 같은 보송한 얼굴로 말했다.     


  “믿어줘서 고마워 엄마”     


그날 이후로 아이는 많이 달라졌다. 물론 종종 울었지만 100번 울던 아이는 101번 웃었다. 마치 역할이 달라진 배우처럼 모습을 바꿨다.

이제 곧 8살. 여전히 감정에 솔직하고 많이 웃고 많이 표현한다. 태양을 닮은 미소를 흩날리며 뛰어다닌다.

이 세상 햇살을 다 모아놓은 듯 반짝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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