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사무실 구하기
_ 오랜 시간 회사에 몸담고 있던 직장인 디자이너의 개인사업 창업과정 이야기를 남겨보려 한다.
퇴사일이 정해지고 약 3개월 전부터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 '네이버 부동산' 등을 둘러보며 서교, 합정, 망원동 위주로 매물을 알아보았다.
처음엔 전반적 시세와 사무실의 형태, 고려해야 할 사항 등의 파악을 위해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를 많이 봤고 이를 바탕으로 정리된 나의 예산 및 옵션으로 네이버 부동산을 활용했다.
사실 처음엔 직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위의 권유, 비용의 부담으로 공유 오피스를 알아보았지만 남의 것을 빌려 쓴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싫고 남의 사무실에 얹혀 있는 것 같아(가격도 결코 저렴하지 않다.) 작고 허름해도 마음이 편한 쪽을 선택했다.
"기다리고 찾다 보면 내게도 잘 맞는 사무실이 나타나겠지."
퇴사일로 정해진 10월 말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조급해지고 스크랩해놨던 매물들은 하나둘씩 계약이 되는 걸 보며 초조함이 조금씩 더 쌓여갈 때 즈음 퇴사를 열흘 앞두고 상암에 작은 사무실 매물이 눈에 들어왔다.
약 8평 / 보증금 1000만 원 / 월세 80만 원 / 관리비 5만 원 / 내부독립화장실(좁은) / 싱크시설을 갖춘 탕비실(좁은) / 에어컨 / 보일러 /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 / 무엇보다 주차가능
+ 좁으면 어떤가 사무실 안에 화장실과 탕비실이 있다는 것이 그저 행복.
+ 옵션으로 달린 에어컨과 난방을 위한 보일러, 사무실을 구하다 보면 입주를 위한 보증금과 월세 말고도 에어컨, 파티션, 라이트 등에 대한 권리금, 시설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 주차는 나의 옵션 1번이었는데 실사를 가보니 역시나 내 자리가 지정되어 있는 형태가 아니라 사무실 전용주차장 자리(2대)가 비어있거나 건물 앞 좁은 골목길 안쪽으로 빈자리에 댈 수 있었다. 아직 자리가 없어 주차를 못 한 날은 없지만 역시나 출근길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실 마포구에서 이 정도 금액에 저 옵션을 갖춘 사무실은 정말 구하기 어려운 매물인걸 알았기에 바로 달려가 사무실 내부와 건물 주변을 둘러보고 그날 바로 계약금을 걸었다.
"내가 확인 못 한 부분은 없겠지? 이제 좀 있음 진짜 시작이구나."
돌아오는 길 십수 년 잘 차려진 남의? 사무실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몇 년 전부터는 업무를 위한 내 방도 있고, 원하는 게 있다면 키보드를 몇 번 치면 해결되는 생활에서 모든 걸 혼자 시작한다는 생각에 설렘 뒤로 앞으로 스스로 처리해야 할 것들의 리스트들을 떠올렸다.
내 일을 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노션(notion)에 모든 준비과정과 진행상황을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회사의 정체성과 로고를 포함한 브랜딩, 포트폴리오, 수익모델 등 수익창출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아뿔싸! 내가 머무르고 일해야 하는 공간 찾기에만 열중했지 그 이후 자잘하지만 꼭 해야 할 일들, 준비해야 하는 물품들이 이리 많은 줄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개인사업을 위한 사무실을 얻고 기본으로 움직여야 하는 내용을 내 기준으로 정리해 보았다.
1. 사무실 계약 _ 가계약시 계약서 작성 및 10% 계약금 지급
2. 사무실 중개보수 및 입주일 잔금
3. 입주일에 맞춰 인터넷 신청 (업체선정 / SK / 500mb / 설치비 첫 달 부과 / 와이파이 공유기 따로 구매)
+ 이것도 사실 처음 해봤는데 통신사마다, 진행 업체마다 또 옵션도 다양하고 현금으로 돌려주는 사은금도 달라 생각보다 머리가 아팠다. 결국 세 군데 정도 연락을 해보고 '미소'라는 업체로 진행했는데 상담사도 친절하고 무엇보다 SK 기사님께서 너무 친절하셔서 감동 +_+
4. 입주일에 맞춰 작업 컴퓨터 및 모니터 주문
5. 최소한의 가구인 책상과 의자 준비
6. 사업자 등록 (사업장 주소를 기입해야 하므로 이것 역시 입주일 진행)
7. 사업장 등록을 마치고 사업자 계좌 및 카드 만들기
8. 확정일자 받기
9. 전기, 수도, 가스 명의변경 및 자동이체
10. 필요물품들 정리
+ 아무리 작은 사무실이라도 필요한 것들을 최소화해도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새로 구매해야 했다.
전화를 자주 주고받는 것도,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선호하지 않은 나였다.
그저 그 달, 그 주, 그날 해야 할 업무들, 익숙한 이들과의 업무를 위주로 돌아가던 나의 뇌는 뜨거워진 스마트 폰처럼 살짝 달궈진 상태로 정신없이 일주일을 보낸 것 같다.
그렇게 2023년 11월 6일(월) 나는 서울특별시 상암동에 인생 첫 사무실을 가지게 되었고 정신없이 일주일을 보냈다. 진행한 것들을 글로 적어 보니 신기하게도 어찌어찌 진행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사무실에 필요한 물품이나 장비를 조금씩 채우고 모양새를 갖춰 갈수록 일의 수주에 대한 걱정이 벌써 앞서는 나를 본다.
솔직히 마음이 조급하다. 아무리 편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수익과 관련된 부분이니 앞으로도 이런 조급함은 기본으로 깔고 가겠지.
관련된 이야기들, 감정들.
40 중반의 디자이너, 개인사업자, 창업에 대한 이야기가 차곡 쌓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