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보내며
너희가 연애를 하던 당시 너는 나를 못마땅해했다고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커먼 남정네들 틈에 네 여자 친구만 홀로 끼어 시시때때로 붙어 다녔는데 그 자리는 늘 내가 만들었으니 아주 꼴 보기가 싫었을 테지.
그렇게 대학시절 내내 연애를 하던 너희는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10년 만의 대학생활을 마치고 들어간 회사에서 신입사원 리크루팅을 모교로 나가라는 지시를 받고 준비를 하던 중 네 아내에게 너도 그 자리에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알고 보니 너와 난 같은 그룹의 다른 계열사에 근무하고 있었던 거지.
우리는 데면데면 인사만 했다. 이틀째 리크루팅이 끝나고 너는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했고 우린 회 한 접시를 두고 소주잔을 기울였다.
서먹하게 이어가던 술자리에서 야구 얘기가 나왔고 우연히도 우린 같은 팀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너와 친구가 된 건. 한 살 많은 너였지만 너는 흔쾌히 너의 친구가 돼라 했다.
그때부터 난 오랜 친구였던 네 아내보다 너와 연락을 더 많이 했다. 친구들 모임이 있을 때도 너에게 연락을 했다.
둘이 만나 진탕 술을 마신 다음날 결혼도 안 했던 나는 네 아내에게 엄청난 바가지를 긁혀야 했다. 물론 넌 집에서 쫓겨날 뻔했지.
우릴 친구로 만들어준 야구를 함께 보면서도 우린 진탕 마셨다.
어쩜 우린 술 때문에 친구가 된 건지도 모르겠다.
네 아내는 물었다. 왜 자기가 아닌 자기 남편에게 연락을 하냐고. 나는 답했다. 내 친구니까.
서로 바빠 자주 보지 못하던 사이 네가 잠시 해외 주재원으로 나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애들만 두고 친구들 만나러 나온 네 아내 때문에 너는 내게 전화를 걸어 네 아내 흉을 보며 빨리 챙겨 들여보내라 성화를 했다. 여전히 예전처럼 옥신각신 여느 부부처럼 아웅다웅 살아가는 모습에 흐뭇했다.
한국으로 복귀했다는 네 전화를 받고 우린 또 술잔을 기울이자 약속을 했다.
어느 아침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는데 네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반가운 마음에 받았는데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네 아내의 목소리는 20년 넘게 알아오면서 처음 듣는 깊은 침울 그 자체였다.
네가 쓰러졌다고. 뇌사에 빠졌다고. 멍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온통 하얘졌다.
너를 보러 가려고 했던 날을 이틀 앞두고 네 아내로부터 문자가 왔다. 널 보러 가려했던 날이 발인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렇게 너는 가버렸다.
세 사람에게 새 생명을 주고 두 사람에게는 빛이 되어 주고 너는 갔다. 너다운 이별이라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널 똑 닮은 네 아들의 두 손 위에 올려진 너의 환한 미소를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진다.
그 뒤를 따르며 오열하는 네 아내를 차마 바라보기 어렵다.
그래도 걱정 말고 쉬어라. 네 아내 아니 내 친구는 우리들이 챙길 테니. 이젠 그래도 못마땅해하지 않겠지?
우리 못 지킨 마지막 술 약속은 하늘에서 만나 나누자.
잘 쉬어라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