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질

행복

by 즁이

삶은 고통의 연속이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요즘의 일상은 충분히 고통스럽기는 하다.

그래도 살아지고 또 살아야 하는 것이니 ‘삶’이라 불리는 것이겠지.

시험기간만 되면 평소에는 거들떠도 안 보던 다큐멘터리도 재미있어지듯, 집안에만 콕 박혀 있어야 하는 요즘도 소소한 일상이 가져다주는 행복이 자못 크다.

오늘은 다림판에서 그 행복을 만났다.

세탁을 마치고 며칠째 잔뜩 인상을 쓰고 있던 셔츠를 달래며 다림판에 뉘인다.

다리미를 적당한 온도에 맞추고 분무기에 물을 채워 온다.

칙칙. 슥슥. 취이익.

다림질 몇 번에 주름은 사라지고 매끈한 자태를 뽐내는 셔츠.

바라보는 내 마음의 구김도 함께 펴진다.

구석 미처 다리미가 닿지 못한 곳에 남겨진 잔구김 정도는 내일을 위한 여유로 생각하련다.

오늘은 충분히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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