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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Sep 08. 2022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해를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를 방치하고 돌보지 않으면, 나 하나쯤은 어찌되어도 그만이다. 그러나 나와 아주 깊은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들부터 인생에 큰 타격을 입기 시작할 것이다. 


청년 시절에는 마음대로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심지어 그런 태도가 일종의 낭만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스스로를 너무 열심히 챙기고 돌보는 것은, 약간 소시민적인 행동이랄까, 그다지 멋지지 않은 일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무 중 하나가 스스로를 잘 돌보는 것이라고 느낀다. 


내가 가능한 한 올바로 살고자 노력한다면, 먼저 아이에게 모범이 될 것이다. 아이가 좋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면,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고자 애쓸 필요가 있다. 내가 일상을 잘 유지하고 심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된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혜택을 입을 것이다. 삶이란 결국 함께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내 몸도, 마음도 오로지 나만의 것은 아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간단한 것이, 아이가 제멋대로 살면서 친구들을 때리고, 자기 건강도 돌보지 않고, 나이가 들어가며 사기꾼이나 부랑자가 된다면, 가장 괴로운 건 나와 아내일 것이다. 아이는 나와 아내를 위해서라도, 자기 자신을 돌보며 살 필요가 있다. 대단한 성공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기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좋은 사람 정도는 되어줄 필요가 있다. 


내가 나를 방치해서 범죄자가 되어버리면, 먼저 나의 가족이 해를 입고, 나의 회사도 해를 입을 것이다. 그밖에 나를 믿은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주고, 나와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맺는 여러 사람들에게도 크고 작은 피해를 줄 것이다. 인간의 삶은 어느 하나 예외 없이 사랑과 믿음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그 관점에서 나 자신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느낀다. 


그에 비하면, 가령, 범죄를 저지르고 싶은 욕망이나 한 순간의 쾌락으로 내 인생을 망쳐버리고 싶은 욕구 같은 것은 차라리 사소한 것에 가깝다. 물론, 그런 욕망이나 욕구가 크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기도 하다. 그러니, 가능하면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나를 망쳐버리지 않도록, 잘 돌볼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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