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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Sep 16. 2022

책 추천 뉴스레터를 하는 마음



뉴스레터 '한 권'(세상의 모든 서재)과 관련하여, 꽤 여러 출판사들로부터 프로모션 제의를 받고 있다. 이제 겨우 두 권의 책을 소개했고, 한 달에 몇 번 발행하지도 않지만, 벌써 여러번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가능한 한 정중하게 모두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 뉴스레터의 원칙과 기준은 나의 진심이고, 거기에 다른 영향이 개입하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이 뉴스레터로 소개할 책에는 '증정'받은 책은 포함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 책이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뉴스레터에서 추천하는 '한 권'에는 포함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선물받은 책 중에도 좋은 책이 있고, 그러면 SNS 등에 소개하기도 하지만, 이 뉴스레터의 추천 목록에 대해서만큼은 그런 약간의 이해관계조차 포함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Photo by Sincerely Media on Unsplash


세상 거의 모든 것이 홍보이고 광고이고 이해관계인 시대이지만, 때로는 지키고 싶은 순수성의 영역, 혹은 진심의 영역이라는 것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어떤 일에 이해관계가 얽힌다고 그 일이 나쁜 일이 되는 건 아니지만, 그와 무관한 마음을 몇 군데에서는 보존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 느낀다. 내가 가능한 한 최선의 진심을 담아 추천하는 한 권의 책, 이라는 원칙 만큼은 보존해보고 싶다. 


살아가다 보면, 그런 순수성이 남아있는 것들이 삶에 얼마나 큰 위안을 주는지, 벼락 맞듯이 만날 때가 있다. 서로에게 주는 이익보다 다른 것이 더 중요한 관계, 받는 것 이상으로 주는 마음이 넘쳐나는 순간, 순수한 즐거움으로 몰입하는 시간, 같은 것들이 삶의 핵심 언저리에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삶에는 그런 구석들을 어느 정도는 남겨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에게는 특히 책이나 글과 관련된 영역에서, 가능하면 그런 영역을 더 남겨두고 싶다. 글을 써서 돈을 벌거나 이익을 얻는 측면도 있지만, 그런 것과 무관하거나 그와 다른 차원이 글쓰기 속에 남아있고, 또 나의 글쓰기를 이끌고 가기를 바란다. 책을 읽고 나누는 일도 모종의 이익과 관련될 때도 있겠지만, 그 자체로도 내가 좋아하고 마음을 둘 수 있는 부분들이 있길 바란다. 이를테면, 아무런 이득도 효용도 없지만 오로지 웃음을 나누기 위하여 어느 주말 땀흘려 아이랑 모래를 파는 어느 공원에서의 순간 같은 것이 삶의 어딘가 한 줌은 남아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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