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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Feb 01. 2021

삶이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을 때


차가운 오른손과 따뜻한 왼손을 맞대면, 차가움과 따뜻함이 묘하게 얽혀 느껴진다. 오른손에 집중하면 따뜻함이 느껴졌다가도, 금방 왼손이 느끼는 차가움이 전해온다. 언뜻 그 두 감각이 동시에 느껴지는 것 같은 순간도 있는데, 아마 아주 빠르게 번갈아 느끼다보면 감각이 뒤섞이는 것일 것이다. 


그렇게 보면, 뭐랄까, 차가운 손으로 따뜻한 손을 잡으면서 그 손의 감각에 집중하다보면, 손의 시려움을 잊을 수 있다. 반대로, 시원함이 필요할 때는 시려운 두 손으로 목 뒤를 만지곤 하는데, 그러면 한순간 '시원함'만이 느껴져서 잠깐 정신이 깨어난다. 내가 내 몸에 존재하는 온도차이만으로, 어느 온도에 집중하냐에 따라 따뜻함이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때로는 신기하게 느껴진다. 


아내는 자주 내가 신기하다고 말할 때가 있다. 옆에서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하나도 듣지 못하고 내 안의 세계에 빠져 있는 때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글을 쓰거나 무언가를 읽으며 집중하는 게 가능한 게 놀랍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마음 먹기에 따라서 청각도 어느 정도 단절시켜버린다든지, 눈앞에 있는 것도 보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인간이 감각과 자극에 지배당하는 존재인 것 같지만, 그렇게 보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라는 말도 꽤나 현실적인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루를 살아내는 것, 나아가 하루들을 쌓아 인생을 살아내는 것도, 많은 경우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다라지는 이 순간의 감각들, 그렇게 만들어지는 하루들, 그렇게 쌓아내는 인생이라는 게 사실 존재한다. 마음먹지 않았다면 없었을 날들, 마음먹지 않았다면 달라졌을 인생, 마음먹지 않았다면 영영 만나지 못했을 순간들이 분명히 있다. 


어느 때는 인생의 모든 것들이 마치 운명처럼 결정되고, 내가 마음먹어서 해낼 수 있는 것 따위는 참으로 사소한 것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운명이나 우연, 환경이나 조건 같은 것들이 다 결정해버리고, 나는 그저 거기에 순응하는 것 외에 다른 도리도 없을 것 같을 때도 있다. 그러나 아마 그건 진실이 아닐 것이다. 삶을 때대로, 온전히 어떤 마음을 먹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오늘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고 나를 자리에 앉혀서 해낸 일들, 만난 사람들, 보낸 시간들, 그래서 그런 마음이 없었다면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들이 무척이나 부각되어 보일 때도 있는 것이다. 


요즘 나는 거의 매일 마음먹고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 자연스럽게, 자동으로 되는 일은 거의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하나하나, 차곡차곡, 해보고 싶었던 것들의 목록을 반강제적으로 실현시키고 있다. 말하자면, 과거에 먹었던 마음을 믿는 것이다. 과거에 하고 싶었던 열망을 믿고, 그 목록들을 그저 하나하나 해보는 것이다. 삶에는 그렇게 마음먹은 것들 중 몇 가지가 부스러기처럼 남아서 쌓이다가, 성이 되는 일들이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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