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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Nov 25. 2022

인생의 문제는 마음의 문제

Photo by DESIGNECOLOGIST on Unsplash



인생의 문제라는 것들은 많은 경우 '마음을 가누기 어렵다'는 말로 단순화될 수 있다. 마음이 초조하거나 불안하고, 슬프거나 아프고, 갑갑하거나 짜증이 난다는 것, 문제는 대개 그런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인생의 어떤 문제들도 별로 마음에 타격을 주지 않는다면, 사실 문제라 부를 수 없기도 하다. 그렇기에 문제란, 대개 마음을 어지럽힌다는 것과 동의어에 가깝다. 


그래서 마음만 잘 다스릴 수 있다면, 많은 문제들을 문제가 아닌 것처럼 대할 수 있다. 돈이 없어 걱정이고 미쳐버릴 것 같고 갑갑할 때가 있다고 해보자.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그 때문에 매일은 더 불행해지고, 어찌할 바 모르는 늪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음만 다스릴 수 있다면, 그냥 묵묵히 돈을 벌러 나가면 되는 것이다. 많은 경우 마음만 해결되면, 그냥 해야할 일을 하면 된다. 


문제는 마음을 다스린다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바로 그 사실,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사실만 정확히 인식하더라도, 문제 해결에 한걸음 다가간 셈이 되는 듯하다. 일단, 마음이 문제라는 걸 인정하면, 마음을 어떻게 바꾸어볼지 고민하고 집중해볼 수 있다. 책을 읽어볼까? 그래도 소용 없으면, 친구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그래도 안되면, 글을 써볼까? 그래도 역시 안되면, 나가서 밤 산책을 해볼까? 아니면, 기도를 해볼까? 그렇게 일단 마음을 다스려보는 것이다. 


마음은 우리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과 깊이 관련을 맺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냥 낮에 먹은 음식 때문에 호르몬에 미세한 변화가 있거나, 잠이 30분 부족하거나, 우연한 기회에 어릴 적 트라우마가 자극받아 하루종일 마음이 좋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마음 때문에, 내 인생과 관계와 자아에 대한 걱정을 무한정 확장시키면서 과도하게 고민하는 것도 인간이다. 


그래서 때로는 "마음은 마음일 뿐이야."라고, 생각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다. 마음은 마음일 뿐이다. 마음이 이상하거나 불길하고 초조하고 불안할 때, 역시 마음은 마음일 뿐이라고 몇 번인가 말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치 토끼가 간을 떼어놓고 용궁에 다녀오는 상상을 하듯이, 나의 마음을 떼어놓고 나는 그 마음으로부터 몇 번 뒷걸음질 쳐볼 필요도 있다. 그리고 그저 할 일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매일 마음이 이상한 것 같다. 그리고 주위를 가만히 둘러봐도, 많은 사람들이 매일 마음이 이상한 것 같다.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그 사람이 매일 마음이 이상하다는 걸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나와 가장 가까운 나 자신이, 가장 이상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이 나의 이상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나만의 몇 가지 방법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나는 마음이 약간 불안하거나 이상하면 그냥 책을 펼친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괜찮아지는 것이, 역시 그건 그냥 이상한 마음일 뿐이었다는 걸 금세 알게 된다. 마음이 조금 많이 이상하면, 글을 써본다. 30분쯤 글을 쓰고 나면, 역시 그 마음은 조금 많이 이상한 마음일 뿐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때론 좋아하는 사람과 수다를 떨거나, 잠깐 자거나, 저녁 산책을 나가기도 한다. 그러면 역시 마음은 마음일 뿐이었다는 걸 금방 알게 된다. 


물론, 인생에는 그런 식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는 것도 있다. 어떤 문제는 너무도 중대하여 '마음은 마음일 뿐이야.'라곤 도저히 말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그저 온 마음으로 그 문제를 받아들이고 지독하게 싸우면서 이겨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이상한 마음을 갖고 태어나서, 그냥 마음 자체로 해결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삶의 상당 부분을 제대로 살 수 있다고 느낀다. 그것이 삶의 시작이라면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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