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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Nov 18. 2022

무엇을 얻을지가 아니라 줄 수 있는지가 핵심

우리 시대는 늘 타인들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고민하라고 요구한다. 그것이 돈이나 어떤 이익이든, 인기나 인정이든, 사랑이나 관심이든 타인에게 무언가를 '얻는 것'이 언제나 핵심인 것처럼 이야기된다. 실제로 그런 걸 얻게 해주겠다고 장담하는 사람들이 큰 주목을 받기도 한다. 내가 타인들로부터 많은 돈이나 인기를 얻는 법을 알려주겠습니다, 라고 외치는 강의나 책들이 진절머리 날 만큼 넘쳐난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내가 타인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중요한 고민이라 느낀다.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타인들로부터 무언가 온다는 건 언제나 무언가를 주었을 때였던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중요하고 소중한 걸 줄수록, 그만큼 가치있는 걸 돌려받았다. 내가 정확하고 의미있는 걸 주면, 그만큼 신비로운 선물을 건네받았다. 


내가 그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면, 그는 내게 기대도 하지 않았던 어떤 놀라운 선물을 주곤 했다. 내가 그 누군가에게 진심어린 조언과 친절을 건네면, 그는 언젠가 내게 더 큰 위로를 주곤 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전달하려 그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면, 그는 언젠가 내게 더 중요한 것들을 건네주곤 했다. 


돌아보면, 삶에서 받은 가장 값진 친절이나 도움, 위로 같은 건 모두 '의도적으로' 내가 받아낸 것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것들은 내가 언젠가 나도 모르게 건넨 작은 친절이나 감동, 호의가 돌고 돌아서 눈덩이처럼 불어나 오는 것에 가까웠다. 이건 단순히 가까운 인간관계, 친구, 연인 사이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적어도 내 인생 전체를 지배하는 원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를테면, 나는 어릴 적부터 여동생에게 나의 모든 걸 주려고 했다. 네 살 어린 동생에게 한글과 영어를 가르쳤고,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내가 좋아하는 만화와 책을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어릴 적, 우리는 사이 좋은 남매였는데 당연히 오빠였던 내가 늘 동생을 챙기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성인이 된 뒤로, 여동생과 관계에서 늘상 혜택을 입는 쪽이 있다면, 바로 나였다. 


나보다 먼저 변호사가 된 동생은 꽤나 불안정하게 살아가며 방황하던 내게 법 공부를 권유해 주었고, 수험생활 내내 조언을 해주었으며, 변호사가 되고 나서도 계속 여러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다. 나는 나의 첫 책인 <청춘인문학>을 여동생을 위해 썼다. 동생이 청춘을 잘 살아가길 바라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던 책이다. 그러나 이제는 동생이 내게 더 많은 조언을 해준다. 


적어도 내 삶은 그런 원리로 돌아간다고 느낀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기 위하여 온 마음을 다 쓰고 나면, 언젠가부터 그 누군가가 무언가를 나에게 물밀듯 주는 것 같다. 세상에는 받기만 하면 그만이라 생각하고 받자마자 '손절'하는 사람도 없지 않겠지만, 이미 그런 사람들은 내게 전혀 기억나지도 않는다. 내가 아는 세상에는, 내어주면 돌려주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 뿐이다. 


그래서 나는 글 한 편을 쓸 때도, 가능한 한 그 무언가를 내어주기 위해 애쓴다. 내가 가진 눈꼽 만큼의 지혜가 있다면, 탈탈 털어 그날의 글 속에 다 넣어버린다. 내가 아는 약간의 지식이나 경험이 있다면, 역시 남김없이 매번의 글에 다 뱉어 놓는다. 누구든 그런 내 생각이나 글을 가치있게 여겨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누군가 그런 마음을 받았다면, 언젠가 더 큰 마음으로 돌려받게 되리라는 것 또한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누군가로부터 디테일한 무엇을 어떻게 뜯어낼 것인가, 같은 고민 보다는, 역시 누군가에게 정확한 그 무언가를 어떻게 줄 수 있을 것인가, 를 고민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 질문에 집중하다보면, 얻어야 할 것들은 알아서 얻게 된다. 무엇을 얻게 되든, 내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을 얻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주 받는 것 보다는 주는 것에 관해 고민한다. 그것이 내가 아는 삶의 비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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