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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Nov 28. 2022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 단절력.

Photo by AVI on Unsplash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을 딱 하나 꼽으라면, 아마 '단절'의 능력이 아닐까 싶다. 달리 말하면, 무엇이든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끊어낼 줄 아는 것이다. 알코올이나 도박 중독을 끊어내는 것에서부터, 쓸 데 없는 생각을 중지시키고, 나태한 상태를 절단시키며, 유혹에 휩쓸려가는 자신을 멈춰 세우는 게 모두 '단절'의 일종이다. 


단 것을 계속 먹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본능이지만, 그 본능을 어느 순간에는 끊을 줄 알아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아이들은 TV에 정신없이 빠져들지만, 자기 스스로 TV 보는 걸 절제할 줄 아는 아이는 비범하다.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우리 입맛에 맞는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여 시간을 빨아들인다. 그러나 그보다 가치 있는 것을 하려면, 그 빠져드는 일을 어느 순간 끊어내야 한다. 


걱정이나 불안을 끊어내지 못하면, 우리는 행복할 수조차 없다. 우리 시대는 근본적으로 걱정과 불안이 없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다. 평생 직장 개념도 사라지고 있고, 금융과 자본을 둘러싼 유동성도 매우 심하다. 그밖의 모든 리스크들을 생각하며 걱정하고 있다가는, 하루 몇 시간도 제대로 누릴 수 없다. 그래서 단절의 능력이 부족하면, 술이나 마약 같은 것에 의존하게 된다. 


인내심이나 꾸준함, 루틴 같은 것들이 요즘 시대의 화두이다. 삶에서 무엇이든 꾸준하게 이어가는 것의 중요성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그러나 이 '꾸준함'으로 요약할 수 있는 태도의 핵심도 '단절'일 수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 달리기를 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그 달리는 시간을 다른 시간과 구별하고 단절시키는 능력이다.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나건, 오늘 기분이 어떻건, 어떤 의심이 들건, 그 모든 걸 끊어내고 일단 달리는 것, 그것이 꾸준함의 비결이다.


창의성이나 상상력이 중요한 시대라고들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창의성이란 무엇일까? 기존과 다른 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걸 뜻한다. 가령, 기존의 패션이 점점 더 스키니해지고 달라붙는 옷만을 선호하고 있었을 때, 그런 상태를 끊어내고 헐렁한 패션이 등장하면 이 패션은 창의적인 것이 된다. 모두가 휴대 전화는 전화기로만 써야된다고 생각할 때, 그 상태를 끊어내고 휴대 전화를 컴퓨터처럼 상상할 때 스마트폰이 탄생했다. 창의성은 기존 상태의 연속이 아니라, 기존 상태와의 단절이다. 


단절은 거의 언제나 중요하지만, 특히 자기 자신과의 단절이 가장 중요하다. 매너리즘과 권태에 빠진 나, 습관적인 중독에 빠진 나, 나태함에 빠진 나, 상처받은 나, 자책하거나 후회하고 걱정하는 나, 그런 나와 단절한 곳에는 백지처럼 깨끗한 내가 있다. 그 나는 사랑에 몰두할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일에 몰입할 수도 있으며, 나를 돌보는 일에 집중할 수도 있다. 그 상호간에도 단절은 중요하다. 사랑하다가, 자기의 일을 하고, 다시 사랑하다가, 나를 돌보고, 다시 당신을 보고, 그 일들의 '건너다님'에도 역시 단절이 핵심적이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언젠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혹은 더 자주 깨어 있어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를 분리하여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단절력 혹은 절단력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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