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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Dec 19. 2022

내가 원하는 건 내 삶에 대한 권력

Photo by GR Stocks on Unsplash


나는 세상을 바꿀 재주가 없기 때문에 삶을 바꾸고자 한다. 나아가 내 삶이 발딛고 있는 나의 문화를 바꾸려 한다. 그 문화를 함께 만들어갈 사람들의 손을 붙잡으려 한다. 그러기 위해 계속 나름의 중심을 지키며 이 삶과 문화를 이어나가고자 애쓴다. 사실상 그것이 내가 삶에서 할 수 있는 일의 거의 전부라 느낀다. 


그래서인지 언제가부터 나에게는 경쟁상대라는 개념이 거의 사라졌다. 물론, 가끔 취업을 해야할 때나 공연 예매를 해야할 때는 경쟁자들이 있지만, 보통의 일상에서는 경쟁한다고 느낄 만한 상대가 없다. 그저 나는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삶을 살고자 애쓰고, 그렇게 나의 문화를 만들고자 애쓸 뿐, 그런 것으로 누구를 이겨먹을 일도, 누구한테 져서 분할 일도 딱히 없다.


이를테면, 내 책이 동년배의 다른 작가들의 책보다 덜 팔린다고 해서 딱히 진 것도 아니고, 시기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나는 그저 나의 글을 계속 쓸 뿐이고, 내 글을 의미있게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데 감사할 뿐이다.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조금 더 감사할 일일테고, 적어진다면 약간 아쉬울 일일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게 누구한테 이기거나 진 건 아니다.


나와 동년배 변호사들은 대부분 나보다 경력도 많고 연차도 높아 돈도 잘 번다. 그러나 그건 그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기 때문일 뿐, 내가 열등감을 느끼거나 졌다고 느낄 만한 일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나는 가능한 한 내가 좋아하는 삶을 살고자 애써왔을 뿐이고, 다른 누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나의 시간과 자리에서 나의 일만 충실히 잘하면 된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일이란, 역시 내 삶을 점점 더 내가 좋아하는 삶으로 만드는 일이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내가 동의할 수 없거나 싫어하는 문화에 휩쓸려 가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문화로 내 삶을 물들이는 일이다. 내가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은 남의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내 삶과 나의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내가 이길 것은 나 자신과 나의 문화일 뿐, 다른 누군가는 아닌 것 같다.


나는 지금도 거의 매일 내 삶과 문화를 어떻게 바꾸고 만들어갈지를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마음으로, 더 좋은 사람들과, 더 좋은 문화 속에서, 더 좋은 장소와 시간으로, 더 좋은 삶을 살아갈지 고민한다. 세상을 대단하게 바꾸어서가 아니라, 내 삶과 문화를 바꾸어서 어떻게 내가 닿는 범위에 기여할지를 생각한다. 나에게 그 이상은 과욕이고 오만이다. 그 이상은 지나친 권력욕이거나 자기과신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딱 내 삶에 대한 권력, 내 삶에 속한 것들을 물들일 수 있는 영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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