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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Dec 14. 2022

무엇이든 '하면서' 배운다

Photo by Green Chameleon on Unsplash


인생의 거의 모든 일들은 완벽하게 준비해서 하는 게 아니라, 하면서 배우게 된다. 결혼이나 육아를 미리 완벽하게 준비해서 해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결혼 생활이라는 건 해봐야만 무엇을 조율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을 양보해야 하는지,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매일 배우게 된다. 육아는 더욱 그렇다. 아이가 울거나 아플 때를 미리 겪기는 불가능하지만, 겪으면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알게 된다. 


다른 모든 일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를 하려면 다른 준비는 거의 필요 없다. 글쓰기에 필요한 모든 것은 글을 써나가면서 매일 배워야 한다. 운전, 요리, 연주, 직장일 등도 미리 기초상식이나 이론 정도를 알아볼 수는 있겠지만, 실전에는 그와는 또다른 배움이 반드시 있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제대로 하려면, 하면서 배우는 수밖에 없다. 


하면서 배운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한다는 뜻이다. 처음 연애를 하는 사람은 자기의 실수와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 일 때문에 엉엉 운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러나 연애도 지속되거나 반복되다 보면, 모든 관계에서 시행착오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런 실수나 잘못, 즉 시행착오를 너무 확대시키지 않는 것이다.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는 실수나 잘못으로, 너무 심하게 자책한다든지, 자기가 모든 걸 망쳐버렸다는 우울에 빠진다든지, 나는 형편없는 인간이라는 식의 자기 혐오에 빠질 필요는 없다. 나아가 삶의 불완전함이나 시행착오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라 믿고 또 한 걸음 나아갈 필요가 있다. 


때로는 그런 시행착오들이 너무 큰 불운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에 감사할 필요도 있다. 가령, 초보운전 시절 몇 번의 접촉사고가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에 역시 감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고는 절대적이고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그 사고를 적당히 넘긴 것에 감사할 필요가 있다. 흔히 말하듯 비교적 싼값에 배운 셈이 되는 것이다. 


무엇이든 완벽하게 준비하고 시작하겠다는 마음은 성실한 마음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두려움이 더 큰 지분을 차지할 수도 있다. 오히려 필요한 건 일단 뛰어들고 보아야 하는 경우일 때가 더 많을 수 있다. 철저한 준비라는 명분 뒤에 숨어서 끊임없이 시작을 미루기만 하다가는, 아마 어느덧 세월이 다 흘러버린 뒤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무언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두려움보다 그 마음을 더 믿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너무 위험한 일이라면 충분히 준비할 필요도 있으나, 역시 준비라는 위안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시행착오를 너무 두려워해서도 안되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만 한다. 아이들은 넘어지면서 뛰는 법을 배우고, 틀리면서 글씨 쓰는 법을 배운다. 삶의 모든 게 꼭 그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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