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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Dec 12. 2022

하루 30분이면, 1년에 180시간

Photo by Aron Visuals on Unsplash



나이가 들수록, 인생에서 장기적인 시간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많이 느낀다. 단순하게는 하루 30분이라는 개념도 그렇다. 이 개념은 그냥 보면 하루 30분에 불과하지만, 1년으로만 계산해보더라도 180시간이 넘는다. 책을 30권은 읽을 수 있는 시간이다. 책을 하루에 30분만 읽어도, 1년에 30권을 읽게 된다. 세상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사실 하루 30분도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 시대 거의 모든 산업들이 왜 그리도 사람의 시간을 빼앗으려 하는지 알 수 있다. 가령, 우리가 하루에 10분 정도 광고를 본다고 하면, 1년에 60시간 정도 광고를 보는 게 된다. 1년에 60시간씩 광고를 보는 구독자가 1만 명이라고 하면, 그 채널은 매년 60만 시간의 광고를 송출하는 셈이 된다. 그렇게 타인의 시간이 고스란히 돈이 되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출퇴근을 하면서 실제로 느낀 것도 거의 같다. 출퇴근 시간에만 지하철에서 책을 읽어도 매년 몇 십권은 읽게 된다. 하루 한 시간만 글을 써도, 몇 백 편의 글은 쓰게 된다. 핵심은 그 모든 걸 단기적인 목표나 효용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장기적인 습관으로 여기는 것이다. 내가 몇 년 동안, 계속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면 어떨까? 내가 몇 년 동안, 브런치에 1000편쯤 되는 글을 쓰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조급함 없이 그냥, 그런 삶의 리듬을 만들면서, 한 번 조금 다른 하루들을 쌓아가보는 것이다. 


물론, 그게 꼭 책이나 글쓰기여야 할 필요는 없다. 그저 거의 아무런 의미 없이 사라지는 시간의 소비 정도만 아니면 좋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가치 있는 거의 모든 것은 시간을 써야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적은 시간으로 단번에 얻을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결국에는 오랫동안 시간을 쌓아야 하는데, 그 시간은 손만 뻗으면 얻을 수 있다. 매일 그 손을 뻗기만 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단기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거의 모든 것들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가령, 어떤 강의만 들으면 당장 월 1000만 원 수입을 누구나 얻을 수 있다는 식의 광고들은 거의 믿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오히려 계속 꾸준히 쌓아나가는 시간의 힘이 훨씬 중요하고, 세상 모든 것은 그렇게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사랑? 사랑이란, 하루 30분의 관심이다. 건강? 건강이란, 하루 30분의 걷기다. 지혜? 지혜란, 하루 30분의 책 읽기나 명상이다. 그것들이 쌓인 수백, 수천 시간의 힘이 그것들의 윤곽을 드러낸다. 


당장 얻을 수 있는 무언가는 대부분 가짜라는 것, 무엇도 바로 얻을 수는 없다는 것, 반대로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면 꾸준히 시간을 끊임없이 오랫동안 쌓아야 한다는 것, 그것을 점점 더 믿고 있다. 이 장기적인 관점이 누락된 거의 모든 것은 도박이나 과욕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도박이나 과욕의 반대편에는, 이어지는 삶에 대한 믿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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