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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Dec 09. 2022

삶에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Photo by Austin Distel on Unsplash


아무것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으면, 삶의 평안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삶의 평안 또는 평화란, 사실 사막처럼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부드럽게 부는 바람 같은 것에 가깝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는 평화로움 보다는 권태, 갑갑함, 불안, 초조함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평화롭기 위해서라도, 생은 운동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흘러간다. 삶은 끝나가고, 세월도 금방 지나간다. 그러면 한때 평온이라 믿었던 게 너무도 아쉽고 아까운 시간의 기억이 된다. "그 시절에는 시간이 너무 많아 지루해서 그저 시간이 빨리 흐르길 바랐다. 지나고 보니, 그만큼 아쉬운 시간이 없다." 가만히 있으면, 모든 게 유지되는 게 아니라 잃어간다. 그것이 인간의 운명이다.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해보는 일에는 필연적인 실패가 있다. 기대하기 때문에 실망하고, 시도하기 때문에 실패한다. 바라기 때문에 좌절하고, 해내지 못해 속이 쓰리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두려워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평화를 얻기 보다는 시들어 갈 것이다. 그래도 어느 순간, 새로운 곳으로 떠나보기로 한 그 시도가 주는 어떤 환희의 순간이 있다. 새로운 것을 해보기로 한 끝에 이따금 만나는 성취감의 기쁨이 있다. 그것들을 만나는 게 생이 하는 일이고, 생의 체험이다. 

삶의 평화로움이라는 건, 바로 그 시도로 걸어가는 용기와 관련되어 있다. 평화는 물러난 곳에서의 움츠러듬이 아니라, 세상을 마치 마음의 집처럼 여기고 거닐 수 있는 마음 상태에 있다. 방안의 이불 안에 하염없이 파고들 때보다, 세상 어디든 거닐며 세상을 내 집처럼 여기는 순례자의 마음과 용기가 사실은 더 진정한 평화에 가깝다. 

언젠가부터 나는 무언가 시도하고 실패하는 일에서 일종의 리듬감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어떤 제안을 하고 거절당한다면, 그것은 길게 이어지는 리듬감 있는 파동에서 하나의 오르내림 정도로 느껴진다. 그러면 다른 사람에게 제안을 해보면서, 이 파도 같은 상승과 하강의 리듬이 이어진다. 그렇게 제안하고 거절당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기대하고 실망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그 전체가 일련의 거대한 흐름으로 삶의 바람이 되어간다는 걸 느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주 즐거운 환희의 순간들을 만나곤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열 번의 만남이 실패해도 한 번의 너무 좋은 만남이 있다. 백 번의 공모전에 낙방해도 한 번의 당선으로 보상받는다. 수많은 시도와 실패들이 나중에는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글감이 된다. 혼나고 상처받던 일들이 어릴 적의 미숙하고 귀여운 나로 다시 보일 때가 온다. 때론 그런 날들이 너무 그립다. 그런 리듬이 삶이라는 걸 느끼는, 아주 밝은 밤이 있곤 하다. 사랑은 매일 어렵지만, 사랑만큼 좋은 게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반드시 있다. 

삶의 평화로움이랄 것을 느끼는 건, 그런 일련의 일들이 어느 순간 나의 이야기로 다가올 때이다. 나는 안락만을 찾아 동굴에 숨어 든 채로 살지 않았고, 오히려 세상을 거닐고자 하는 여행객이나 순례자처럼 살고자 했으며, 그 덕에 나름 이야깃거리가 있는 하나의 삶을 살아냈구나, 그런 마음이 들 때, 어떤 진짜 평화 같은 것을 느낀다. 나중에 내 삶이라는 이 책장을 덮을 때가 올 때, 꽤나 흥미로운 삶이라는 이야기 책을 한 권 썼구나,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과거에 나는 완벽주의자에 가까웠고, 완벽한 상태와 삶을 바랐고, 그것은 정적인 이상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살아갈수록, 나는 내 삶 구석구석에 스며드는 온갖 엉망진창스러움을 사랑한다. 나는 내일 또 실패하고 실망할 것이다. 그러나 모레는 신날 것이고, 어느 날에는 기뻐 날뛰다가, 어떤 날에는 그 모든 게 내 삶의 이야기였다는 걸 이해하며 지긋이 바라볼 것이다. 나는 이 생을 살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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