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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Jun 07. 2023

삶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비결

흔히 삶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런 심성을 타고난 것처럼 보인다. 환경이나 조건이든, 천성이나 기질이든 그저 가만히 있어도 삶을 마구 좋아하는 '자연스러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것만 같다. 그러나 내가 느낄 때, 삶에 대한 불평이나 불만, 우울이나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한 사람 보다는, 자기 삶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훨씬 생각이 깊은 경우가 많다. 


달리 말하면, 삶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러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애를 쓰고 있다. 누군가가 삶을 좋아하고 있다면, 지금 그 순간까지 켜켜이 쌓아올린 노력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어릴 적에나 청춘의 잠깐 시절에는 막연히 삶을 좋아하는 천성이랄 것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어느 시절이 지나고,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하나부터 열까지 의무를 알아야 하는 '어른'이 되면 이제 삶에 대한 사랑은 다른 문제가 된다. 

여전히 '어른'이 되어서도 삶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만큼 삶을 좋아하는 확실한 방법과 기술, 태도와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가령, 어느 누구의 삶도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아주 명료하게 안다. 그렇기에 타인의 삶을 막연히 부러워하거나 이상화하면서 자기 삶을 비하하지 않는다. 습관적으로 나 자신, 또는 내 배우자를 남들과 비교하며 불행한 생각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아닌 자존심에 지나치게 골몰하거나 피해의식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하여 매번 자기만의 방법으로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래서 자기 삶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기술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기도나 종교가 그런 기술을 준다. 누군가는 좋은 친구나 모임이 있다. 누군가는 자기만의 확실한 '마음 수련'의 방법이 있는데, 명상이나 글쓰기, 운동이나 춤, 독서에 명확한 루틴을 갖고 있다. 삶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삶의 위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삶을 우울이나 절망으로 끌어내리는 위험에 맞서서, 자기만의 구조 방법, 수성 방법, 진지 구축 방법에 대해 디테일하게 알고 있다. 

나아가 삶을 좋아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더 많은 순간의 의지력'이 필요한 듯하다. 가만히 있으면 삶을 미워하기는 쉽다. 여러 이유에서 삶에는 짜증나는 일들, 크고 작은 트러블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끊임없이 생겨난다. 몸이 처지거나 지치는 날들도 많고, 기분이 좋지 않은 시간들, 때려치우거나 그만두고 싶은 나날들도 수시로 도래한다. 삶을 좋아하려면, 그렇게 손쉽게 도래하는 부정적인 마음보다 '언제나 더 많은 순간의 의지력'이 필요하다. 

바닷물이 차갑고 살이 타는 게 귀찮고 몸도 피곤해도, 의지력을 발휘해 아이를 들처메고 바다에 뛰어들면 어쨌든 깔깔 웃게 된다. 그러면 바다는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육아의 괴로움이라기 보다는, 현실을 잠시 잊고 함께 노는 현장이 된다. 일하기 싫다고 매일 불평불만만 하기 보다는,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자기의 실력과 미래를 찾아낼 의지를 발휘한다면, 일하는 시간이 투자나 경험치 쌓기, 가치 있는 삶의 현장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고통이나 결핍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결핍보다 더 큰 것을 배로 돌려줄 수도 있다. 

나는 삶을 좋아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그것이야말로 이 세상에 태어난 가장 근원적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부모를 잃고 입양 가정을 전전하며 살아왔던 앤이 삶을 참으로 멋진 것이라고,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세상이 너무도 근사하다고 외칠 때, 내게는 앤의 자연스러운 천성이 아니라 삶을 사랑하고자 애쓰는 어떤 의지력 같은 걸 보게 된다. 앤은 최선을 다해 삶을 사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애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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