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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Jun 15. 2023

내 삶의 세 가지 화두 : 오늘, 성장, 가치

내 삶의 핵심적인 화두는 크게 세 가지였다. 하나는 오늘을 사랑하는 것, 또 하나는 성장하는 삶을 사는 것, 마지막 하나는 가치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세 가지 중 어디에 더 초점을 맞추느냐는 시절마다 달랐던 듯하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결국 내가 삶에서 지니고 싶은 것은 이 세 가지로 수렴되는 듯하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살아갈수록 세 가지 모두 '타인'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도 알아간다. 오늘을 사랑하는 일은 거의 타인을 사랑하거나 타인과 함께하는 일이라는 걸 많이 느낀다. 물론, 홀로 사랑할 수도 있긴 하나, 나 같은 경우는 혼자여도 책을 읽든 영화를 보든 글을 쓰든 간접적으로라도 '타인'과 어떤 관계 맺기로 오늘을 사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장하는 삶은 혼자서 도를 깨우치는 경우도 있겠으나, 대개는 사회 또는 타인들과의 관계와 관련되어 있다고 느낀다. 흔히 '타인의 평가로부터의 완전한 자유'를 추구한다는 사람도 있으나, 나는 그런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라캉은 그런 걸 일종의 신경증이라고 보기도 한다. 인간은 삶에서 '타자(타인)'을 완전히 삭제시킬 수 없다. 

관건은 나의 실질적인 성장과 타인들이 규정하는 평가 체계의 조화, 조율, 접촉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글을 잘 쓰는 건 혼자 일기장만 보고 만족하는 게 아니라 어쨌든 타인들의 평가 체계, 언어 체계에 일정 부분 접속해서 의미있는 소통을 만들어내는 일과 관련되어 있다.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혼자 좋은 사람이 된다기 보다는, 타인들과 관계에서의 어떤 효능감이 필수적으로 따라온다.

마지막으로, 가치 있는 삶 또한 이와 깊이 연관된다. 대체로 주변 사람들 잘 챙기면서,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인생의 한 때를 살아가고, 스스로의 성장과 사회의 조화를 이루어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삶이긴 하다. 그러나 나는 그 이상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를테면,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주는 일, 타인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 다른 누군가의 어려움에 관심을 가지는 것, 나의 삶이 타인의 삶에 기여하는 것, 그런 것들이 가치있는 삶의 일부를 이룬다는 생각을 점점 더 하게 된다. 당장은 내 코가 석자처럼도 느껴지지만, 그래도 그런 '기여의 여지'를 삶에 자꾸 도입하려고 애써보게 된다.

실제로 내가 존경하고 닮고 싶은 사람들도 타인들에게 무언가 의미 있는 기여를 한 사람들이라는 걸 자주 느낀다. 그래서 이 고민을 놓을 수 없는 듯하다. 글쓰기로도 그런 기여를 할 수 있겠지만, 조금 더 실질적인 기여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하게 된다. 타인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 그런 것들에 관심을 이어갈 필요를 느낀다.

사실, 내가 쓰는 글들은 거의 다 이 세 가지 화두의 조각들이 아닌가 싶다. 내 삶도 다 이 세 가지 화두를 향하는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는 듯하다. 세 가지를 한 번에 매일 실현하는 슈퍼맨 같은 삶은 어려워도, 그 조각들을 주워나가는 게 삶의 태도가 될 수 있다면 좋을 듯하다. 이 세 가지의 도착점 안에 갇힌 뫼비우스의 띠 같은 삶이라면, 썩 괜찮은 삶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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