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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Jul 03. 2023

인생의 모든 것에는 고점과 저점이 있다


인생의 모든 것에는 고점과 저점이 있기 마련이다. 외모, 건강, 능력, 감수성, 정서, 돈, 명성, 권력 등 영원한 것은 없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속담도 이런 인생의 유동성, 일시성이라는 진실로부터 나온 말일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가졌든 그것을 잃을 때가 오고, 우리에게 아무것도 없더라도 그 무언가를 얻을 때도 온다. 


그렇기에 만약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다면, 그 가운데 내가 무엇을 잃을 것이고, 무엇이 있음에 감사해야할지를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가령, 내가 건강을 가지고 있다면 이 건강을 마냥 소진시키면서, 밤마다 치킨과 술 먹고 담배 피우기 보다는, 이 일시적인 건강성으로 더 정확히 무엇을 누릴지 깨달아야 한다. 국토대장정을 하든, 더 장기적인 건강 관리를 하든(건강은 잃기 전에 챙기는 것이다), 조금 더 다양한 일과 취미를 감당해볼 수도 있다. 


만약 지금이 내 외모가 가장 빛나는 시기라면, 역시 그 외모를 더 사랑할 필요도 있다. 사진을 많이 찍든, 모델에 도전해보든, 하다못해 면접에도 유리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곳에 면접을 봐보든, 매력적인 이성을 사귀어보든 외모가 '절정'일 때 더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이것을 아까워할 줄 알아야 한다. 아까워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감사한다는 것이고, 무엇도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겸손한 것이기도 하다. 


일에서 인정받고 자기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물오르는 시기라면, 그 시기를 잘 이용할 필요도 있다. 그 시기는 인생에서 몇 안되는 '퀀텀 점프'가 가능한 이직 시기일 수도 있고, 승진에서 매우 유리한 시기일 수도 있다. 혹은 사회적 인맥이 적절하게 펼쳐져 있어서 자기만의 사업을 하기에 최적인 시기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마치 부풀어 올랐던 풍선이 바람 빠지듯이, 언제 영광의 시절이 있었냐는 듯, 그저 그 자리에 옴짝달싹 못하고 붙박여야 되는 시절이 올 수도 있다. 


현금 흐름이 좋아지고, 투자에서 선방하고, 돈에서 몇 가지 호재가 겹치는 시절도 있을 법하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은 마치 평생 그런 자본 흐름이 자기 삶에 주어질 거라 믿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도 착각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소송에 휘말리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한 때 '잘나가는 사업가'들인데, 상상을 초월하는 돈을 만져본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런 흐름이 급격하게 꺼지는 경우가 많아도 너무 많다. 그러니 오만하지 말고 그런 기회의 시절이 오면 오히려 착실하고 보수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구축할 필요도 있다. 


몇 년 전까지 유명했던 샐럽, 인플루언서, 연예인 등도 이제는 그 이름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사람들 사이에서 언급도 되지 않고 사라진 경우도 많다. 사실, 이 경우가 가장 흔한데, 요즘 사회에서는 다른 모든 게 그렇듯이 관심 대상 인물도 너무 쉽게, 빠르게 대체되기 때문이다. 관심 받고 싶어하는, 재능 있는 수많은 유튜버들, 인플루언서들이 있는 시대이고, 트렌드도 워낙 빠르게 바뀌다 보니, 몇 년 전의 유명인이 오늘날 뒷골목의 잊힌 돌멩이 같은 존재가 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러니 사실 우리 삶이 어느 식으로든 빛나거나 좋게 흘러갈 때는, 그것에 감사하고, 겸손하며, 그 모든 게 조만간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오히려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한 힌트를 얻어가기도 한다. 낮은 곳에서 더 충실하고, 가까운 것들에 더 마음을 쏟으며, 삶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이어갈 수 있는 나만의 루틴이나 시스템을 생각하게 된다. 작가라면, 내 책을 사는 사람이 100명이든 1만명이든 개의치 않고 글을 써나가는 태도랄 것을, 오히려 가장 흥분된 시절에 더 익혀두는 것이다. 건강이 넘칠 때야말로, 건강을 챙기는 루틴을 지켜내는 것이다. 매년 1억을 벌 때, 노후 자금으로 매달 10만원씩 저축하는 것이다. 


나아가 나는 삶의 굴곡과 무관하게 곁을 지켜줄 사람들에게 충실하는 법 또한 배워야 한다고 느낀다. 우리는 다 노쇠할 것이고, 삶에는 어떤 종류든 고난이나 쇠락이라 불릴 만한 때가 올 것이다. 그럴 땐, 최후의 습관조차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 우리 곁에서 마지막으로 우리 삶을 붙잡아주는 건, 나와 온 마음으로 삶을 나누었던 몇몇의, 극소수의 몇 사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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