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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Apr 30. 2024

<그럼에도 육아>가 중쇄를 찍다

교보문고 박수진 기자님과

오늘 <그럼에도 육아>가 출간 한달 만에 2쇄를 찍는다는 소식을 받았다. 초판을 적게 찍지 않았는데, 반응이 있어주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육아책' 낸다고 했을 때 아이템 좋다거나 잘될 거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육아이야기 자체가 세상에 많기도 하고, 더군다나 요즘에는 육아하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 상품 가치가 별로 없지 않겠느냐는 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돈이 되고 아니고를 떠나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꺼린다고 하는 이 삶의 한 형태에 대하여, 나름대로 느꼈던 무수한 가치들에 대해 말해보고 싶었다. 세상은 온통 연애에 관한 노래, 영화로 가득하고, 결혼 이후의 삶에 대한 콘텐츠라고 해봐야 불륜 이야기 정도나 넘쳐나고 있다. 가족과 육아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콘텐츠는 아무도 안보는 새벽 6시 교양 방송에서나 등장하면 모를까, 그닥 인기 있고 핫한 콘텐츠로 여겨지지 않는다.


고루하고 재미없고 힘들기만 한 육아, 아이라고 하면 당장 시끄럽고 피곤하고 배제부터 떠올리는 사회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이를 만난 삶의 가치를 명료하게 느끼고 있었다. 오늘도 교보문고와의 인터뷰에서 자연스레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를 만나고 내게 새롭게 탄생한 세계, 내가 다시금 회귀한 세계는 이 세상의 보편적인 소비사회랑은 결을 달리하는 것 같다고 말이다.


얼마 전, 제주도에 강연차 방문했을 때, 아내와 아이도 하루 뒤 나를 따라왔다. 우리는 봄바다를 마주하고서는, 일단 뛰어 들었다. 아이는 팬티까지 쫄딱 젖었지만, 그래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바다를 만났다. 비싼 돈 주고 카페에 앉아 커피나 마시고 있었더라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세계였다. 물고기들이 다리 사이로 지나가고, 소라게가 발등을 기어 오르고, 성게들이 바위 사이에 숨어 있는 세계가 바로 몇 미터 앞에 있었다. 그것은 어린 아이와 함께여서 뛰어들 수 있는 세계였다.


주말에는 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셋이서 치킨을 먹었다. 노키즈존인 시끄러운 치킨집에서 벗어나, 더 넓고 삶이 숨쉬는 공원의 저녁을 만났다. 그런 순간들이 매일 있다. 나는 그런 삶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느꼈다. 적어도 내가 아는 세상에는 그런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언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삶을 긍정하기 위해 언어를 발굴해야 했고, 그것이 '그럼에도 육아'라는 칼럼이 되고, 책이 되었다.


물론, 이 책이 대단한 화제의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닿을 사람, 닿아야 할 사람들에게는 닿을 거라 믿는다. 책을 내고, 메시지를 정말 많이 받았다. 특히, 대여섯권씩, 열권씩 사서 주변에 나눠주었다는 분들이 많았다. 며느리한테 선물하고, 사촌한테 선물하고, 친구와 동료에게 선물했다고 했다. 그 중 한 명이라도, 이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언어를 이 책에서 찾아낼 수 있다면, 다행일 거라 생각한다. 그 정도면 밥 한끼 값의 이 책 한 권이 해낼 일은 다한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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