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모임을 하나씩 끝낼 때마다, 삶을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시절, 내가 한 명의 인간으로서, 한 인생을 잘 살아냈다는 생각이 드는 이런 일은 그리 흔치 않다. 세상의 거의 모든 일들이 대체 가능하고, 인간의 의미나 쓸모도 너무 쉽게 사라지는 이런 시대에, 글쓰기 모임을 시작부터 끝까지 이끌며 완주하는 일은 어쩐지 아직 고대의 인간성이 남아있는 일처럼도 느껴진다.
왜 그런 마음까지 드는지 생각해보면, 이 한 시절의 모임은 그 어떠한 곳에서도 존재할 수 없었고, 반복될 수도 없으며, 대체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나에게는 나만이 가진 글과 인간에 대한 관점이 있고, 내가 믿는 글쓰기의 태도와 방법과 신념이랄 게 있다. 그리고 한 모임이 이루어지는 방식과, 함께하는 사람들, 그 속에서 듣고 싶은 것과 성장이라 믿는 것이 이 모임에만 고유한 형태로 존재한다.
물론, 세상에는 내가 만드는 모임보다 더 훌륭한 글쓰기 모임이나 수업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도 세상에 전혀 없는, 나만의 만들 수 있는 나의 고유함이라는 게 있다. 더군다나 글쓰기 모임에 초대하는 사람들도 불특정 다수로부터 무작위로 모으는 게 아니라, 나와 느슨하게라도 연결되어 있는 철저히 제한된 범위 안에서 엮인 사람들이고, 항상 다양한 모임원들의 조합을 지향하며 선별하다 보니, 매번 모임원의 '조합' 자체도 고유함이 있다고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서로 낯선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서로가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고, 서로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어 나가면서, 이윽고 소중한 시절의 인연들로 자리잡아나가는 걸 곁에서 보고 있으면, 나는 뭔가 잘했다는 확신을 느낀다. 내가 이 땅에 태어나서 뭔가 잘했구나, 못하지 않았구나, 인생에서 가치있는 일을 했구나, 그런 마음이 든다.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무언가를 길어내며, 마음을 열어 보일 때, 내가 무언가 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글쓰기 모임이 신기한 건, 어디까지나 나 혼자서 해내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일은 언제나 최선의 팀웍 같은 것을 필요로 한다. 모인 사람들이 제대로 협조를 하지 않거나 서로에게 감응하지 못하면, 모임은 말 그대로 망해 버린다. 그러나 지금까지 망한 모임은 한 번도 없었다. 그것이 인간에 대한 신비와 신뢰 같은 것을 일깨운다. 우리는 다 할 수 있구나, 우리는 서로 공감하고 감응하며 연결되고, 더 나아질 수 있고, 선의와 지원과 응원과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구나, 그런 것을 매번 확인하게 된다.
그렇게 보면, 글쓰기 모임은 처음에는 나 자신을 믿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나아가면서 인간을 믿는 마음에 이른다. 나는 어떻게든, 매번 새로운 사람들과 모인 이 자리를 좋은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부단히도 스스로를 믿으려 애쓴다. 나는 할 수 있다, 유익한 것을 줄 수 있다, 매번 잘해왔듯 또 잘할 수 있다, 그런 다독임 속에서 스스로를 믿고자 애쓴다. 그러다 모임이 나아가면서는, 함께하는 사람들을 믿고자 하게 된다. 서로 좋은 시간을 만들 의지, 서로의 글을 대하는 진심, 서로가 더 성장하길 응원하는 그 마음을 믿게 된다.
나는 아직 살아갈 날이 많고, 이 삶에서 무엇을 해야할지를 다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내가 언젠가 삶에서 해야할 일이 글쓰기 모임에서의 일과 닮아 있다는 건 알 것 같다. 여기에는 인생의 본질 같은 것이 있고, 나는 그것으로 더 깊이 들어설 어떤 나날로 내 삶을 밀어 넣게 될 것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내가 나를 믿고 인간을 믿고 서로를 믿으며 만들어나가는 어떤 삶이자 세상과 관련이 있다. 나에게는 나도 모르는 어떤 이상이 있는데, 그 이상은 확실히 어느 밤을 넘어 새벽까지도 눈을 반짝이며 무언가를 갈구하며 서로를 믿고 기다리면서 만들어가는, 믿음과 열망의 시간과 관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