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우 Oct 11. 2024

에드워드 리 셰프와 한강 작가를 보면서 느낀 점

최근 <흑백요리사>의 에드워드 리 같은 쉐프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까지를 보면서 일관되게 느끼는 점이 하나 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삶에서는 진정성 있게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성공하는 비법, 마케팅의 기술, 인플루언서 되는 방법 등이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사실 그 모든 건 진정성 있게 일하는 것의 부수적인 것들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중요한 건 10년이건, 20년이건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거기에 최선의 마음으로 몰두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다고 모두가 백수저가 되거나 노벨상을 받는 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저마다의 고유함과 특별함을 갖게 되고, 자기만의 성취를 얻게 된다. 빠른 성공과 관심을 얻는 요행과 지름길을 택하는 것보다, 그것이 더 안정적으로 자기만의 삶을 구축하는 일이다.

삶은 한 번 뿐이고, 우리가 쓴 시간도 되돌아오지 않는다. 우리는 결국 시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놓고 삶을 배팅한다. 그럴 때, 어떻게든 타인들의 성급한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는, 10년, 20년 간 진정성 있게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진짜 실력과 능력을 쌓아가는 것이 훨씬 더 나은 '배팅'이 아닐까 싶다. 중요한 건 충분한 시간, 꾸준함, 몰입, 그리고 진정성이다.

어차피 타인들의 관심이라는 건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다. 우리의 관심을 반짝하고 받고 있는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10년 뒤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한강이 노벨문학상 받기 전까지는 그의 작품 하나도 읽어본 적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지금은 주목받지만, 나중에는 그 관심이 싸그리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성 있게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쌓아올린 그 내면의 힘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어디서든 자기만의 요리를 하고,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나도 작년에 퇴사를 하고 개업을 하면서 유튜브를 시작했지만, 반년 정도 해본 뒤에는 잠정적으로 그만두기로 했다. 내가 진정성 있게 몰두해야할 건 영상 보다는 아직 '글'이라는 생각이 더 들었기 때문이다.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경험하고, 써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10년, 길게는 20년간 이어온 글쓰기에 더 몰두하고, 변호사 일을 함께 하며 경험을 쌓아가는 정도의 단순하고 심플한 집중의 삶을 살기로 했다.

"실험적인 일을 할 때 다 성공하지 않길 바라요. 그러면 재미없을 거예요. 실험을 하는 이유는 어떤 게 잘 안되는지 보기 위한 것도 있으니까요. 내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알아가는 거예요. 우리가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면 당연히 실패도 할 거예요."

에드워드 리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우리가 하나의 일을 진정성 있게 하고자 한다면, 계속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실패는 잘못이 아니다. 실패했다는 건 시도했다는 뜻이고, 위험을 감수했다는 뜻이며, 그렇게 진정으로 '자기 자신의 것'을 찾아나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의 여정을 오랫동안 걸어간 사람들은 각자의 길을 만난다. 나도 그런 길을 가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