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내 글이 7번 실린 걸 이제 알게 되었다
요즘 한강 작가가 교과서에 실린 작품에 대해 저작권료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원래 교과서에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작품을 실을 수는 있지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작가와 연락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작권료 지급이 누락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지난 10년간 쌓인 미지급 저작권료가 100억 가량 된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듣고, 나도 혹시나 해서 내 글이 교과서에 실린 적이 있나 찾아보았다. 얼마 전, 올해 내 글이 교과서에 실린다는 연락을 받긴 했지만, 그 전에는 한 번도 연락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찾아보니 지금까지 7번이나 내 글이 교과서에 실렸던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문저협에 신청하여 지금까지 미지급된 저작권료를 모두 청구해보았다.
사실, 저작권료 자체는 얼마 되지 않지만, 내가 쓴 글이 교과서에 실려 있었다는 건 의미있는 일이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고민하는 교육자분들이 내가 쓴 글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준 것이고, 그렇다면, 나로서는 역시 글을 쓰길 잘했다고 믿을 하나의 이유가 된다. 저작권료는 굳이 안 받아도 그만이지만, 내 삶에서 글쓰기라는 중요한 행위에 의미를 더하는 그런 일이라면, 역시 알고 싶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교과서 출판사에서 문저협에 이를 통지하고 보상금까지 지급해도, 다시 문저협에서 작가에게까지 이러한 연락이 닿는 일이 쉽지 않았다. 최근에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하고 있어서, 교과서에 싣는 단계부터 출판사에서 작가에게 알려주고, 정당한 저작권료까지 지급해주는 듯하다. 작가들로서는 그런 과정에서 깊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고, 글쓰기를 이어나갈 적지 않은 힘을 얻을 것이다.
변호사가 되고 난 이후, 마치 누가 정해준 것처럼 나는 자연스럽게 저작권 분야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다른 분야 일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세상 사람들도 나를 자연스럽게 저작권 변호사라고 여기고 여러 제안들을 건넨다. 저작권 분야에 마음을 쏟으면서, 내가 작가나 창작자, 나아가 문화 생태계에 일정한 기여를 한다고 느낄 때면, 이 길을 걷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강 작가의 저작권 문제부터 최근에는 출판계의 도서 '인용' 문제 등까지 다양한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그 여정이 나를 단단하게 해주면서도, 우리 사회의 문화도 단단하고 합리적이 되어가는 데 기여하는 길이었으면 한다. 할 일이 많다. 열심히 쓰고, 또 누군가를 보호하고, 또 누군가와 맞서싸우며, 가치 있는 것들을 지켜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