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끝나가는 입장에서, 30대에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찬찬히 정리해보았다.
1. 지금까지 인생은 30대를 위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10대, 20대를 거치면서 치열하게 공부하고, 취업 준비하면서 인생을 준비한다. 그래서 30대가 되면 저마다 직업이나 직장을 가지게 되고, 큰 이변이 없는 한 30대에 삶이 상당 부분 정해진다. 달리 말해, 지금까지 나는 30대에 무언가 되고 싶어 살아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30대에는, 비로소 내가 애쓴 결과의 '나 자신'이 어느 정도 되었다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여기에서 더 애써서 또다른 내가 될 수도 있고, 인생이란 평생의 여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잠정적으로는 여기에서 한 번 나를 인정하는 점을 찍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나로서 삶을 살아야 한다. 크든 작든 내게 주어진 인정과 사랑, 행복을 누려야 한다.
2. 30대에는 본격적으로 10년, 20년 뒤를 생각해야 한다.
30대가 10년 뒤를 자주 생각하는 건 매우 옳다. 왜냐하면 10년 뒤의 40대는 사회생활에서의 경력이나 활동력 등이 정점에 이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모호한 준비시기였던 10, 20대와 달리 30대부터 본격화되는 경력, 능력, 자산 등 무엇이든 10년 뒤에는 정직하게 쌓여 있다.
10대 때부터 매달 적금드는 것과 30대부터 매달 적금들고 펀드 적립하는 건 차원이 다르다. 20대에 자기의 전문성을 기르는 것과 30대부터 제대로 된 전문성을 경력과 함께 쌓는 건 역시 이야기가 다르다. 이 때부터 어떻게 삶을 쌓아가느냐가 40대, 50대 사회적 삶의 정점을 달라지게 한다.
달리 말하면, 진짜 어른이 되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10년 뒤, 20년 뒤까지 자기 자신이 온전히 책임지다고 생각하고 챙겨야 한다. 10년, 20년 뒤에 어떤 자기 자신이 되어 있을지는 이 때 바라본 시야가 결정하게 된다.
3.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게 많은 시기다.
한 사회의 전 세대를 놓고 봤을 때, 대부분의 자산은 40대 이상, 50대 이상이 보유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30대가 이제 막 돈도 벌고 경력도 쌓기 시작한다고 할지라도, 자산이나 사회적 위치 등 여려 면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좌절하고 냉소적이 되기 보다는, 역시 10년 뒤, 20년 뒤를 바라보면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내가 차곡차곡 경력이나 실력을 쌓아가면 10년, 20년 뒤에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해야 한다. 역시 차곡차곡 자산을 쌓아갔을 때, 10년, 20년 뒤에 얼마를 모으게 될지도 예측하며 나아가야 한다.
너무 섣부르게 정점에 도달하고 싶어하다 보면, 오히려 많은 걸 잃을 수 있다. 무리해서 재테크를 시도하다가 오히려 가진 것도 잃을 수 있다. 실제로 20대, 30대는 단기간 무리한 투자를 많이 하고 자산을 가장 많이 잃는 세대다. 사회적 인기나 명예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무리하다가 나락가기도 쉽다. 인생을 길게 봐야하는 시기다.
4. 오랫동안 함께 할 사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10대, 20대 친구들과 평생 깊은 우정을 맺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각자 삶의 방식이나 영역이 많이 달라지면서 뿔뿔이 흩어진다. 30대가 되면, 본인의 취향, 영역, 인생의 범위 등이 어느 정도 정해지면서 '오래 볼' 사람들이 생긴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좁은 한국 사회에서, 자기가 몸 담는 영역이 생기면, 대략 그곳의 사람들을 평생 볼 여지도 높아진다. 특히, 10, 20대 때는 취업 준비 등 미래를 위해 나아가기 바빴다면, 슬슬 주변을 챙기면서 삶의 바운더리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저마다 다른 인생길이지만, 그래도 비슷한 범위 내에서 함께 인생을 걸어갈 사람들을 잘 찾고 가려내고 곁에 두자. 특히, 터무니 없을 정도로 삶의 반경이 달라진 사람들과는 과감히 멀어질 필요도 있다. 아쉬울 수 있지만, 인간이 챙기면서 사귈 수 있는 인간의 범위는 정해져 있다.
5. 운동과 취미를 하나씩 억지로 가져야 한다.
30대는 사회적 삶이나 경력, 육아, 노후를 맞이하는 부모 등 돌봄도 본격화되는 시기다. 까딱하면 정신줄 놓아버릴 정도로 책임과 일도 많아진다. 또한 신체적으로는 매년 근육이 자연감소하고, 여러모로 노화도 시작된다.
그럴 때일수록 건강과 몸을 챙기기 위해 운동을 억지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일만 하다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취미도 필요하다. 내 경험상, 어릴 때 정말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꿈들을 취미 삼아 다시 시작해봐도 좋다.
하나의 팁이 있다면, 인간관계, 육아, 사랑 등을 이러한 영역과 결부시키는 것이다. 그림이라는 취미를 가지면서 아이랑 같이 그림그리며 육아도 함께할 수 있다. 운동을 배우자와 함께하면 관계와 건강을 함께 챙긴다. 주말에 취미 생활하러 떠날 때 좋아하는 친구랑 떠나면, 역시 우정에 도움이 된다.
6. 정확한 지식과 판단으로 불혹에 다가가야 한다.
흔히 마흔을 불혹이라 한다. 유혹과 흔들림이 매우 많은 시기이므로, 정확한 판단력을 길러야 한다. 돈을 조금씩 벌고 모으기 시작할 때, 사기나 도박에 휘말리기도 매우 쉽다. 주변에서 동업을 하자고 유혹하거나 단번에 대박을 낼 수 있다는 제안도 한 번씩 들을 법하다. 그럴수록 중심을 잘 생각해야 한다.
30대부터 인생을 착실히 쌓을 수도 있지만, 그야말로 나락가는 경우들도 자주 생긴다. 지나친 음주, 도박, 대박에 대한 환상, 급한 마음으로 무리하는 일, 너무 많은 부담과 책임으로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일 등이 30대부터 시작된다.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독서하고 좋은 사람들을 사귀며 긴 시간과 꾸준함을 믿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