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에서 하고자 한 말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자신은 평생 두 가지의 질문을 쫓아왔다고 말했다. 하나는 고통이고, 다른 하나는 아름다움이었다.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사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는 세계가 왜 이토록 고통스럽고 폭력적인지를 끊임없이 물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 폭력 속에서 절망만을 느끼기 보다는, 또 하나의 질문을 끝없이 가졌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아름다움에 대한 질문이다.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우리 세상은 폭력으로 가득 차있다. 이를 보지 못할 방법은 없다. 아무리 눈 돌리고 등 돌려도, 이 세상에는 폭력이 가득하다. 최근에 그 폭력이라는 것은 군대와 총구, 헬기 같은 것으로 직접 우리 앞에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폭력은 더 깊고 미세하다. 일상 사이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미세한 권력들이 작동하며 서로를 옭아맨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폭력은 희망의 제거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희망이 없다는 느낌, 냉소와 무기력,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주저함들 밑에 폭력과 상처, 결핍이 깔려 있다.
폭력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은 그래서 털고 일어나고자 한다. 내 안에서 나를 억압하고 짓누르는 것들과 먼저 맞서 싸운다. 그래서 저 아름다운 세상의 유혹에 따르고자 한다. 아름다운 희망에 따라 나아가고, 삶을 변혁시키고, 사회에도 희망을 불어 넣고자 한다. 한강은 수십년간 '고통과 아름다움' 사이에서 갈등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서야 그 답을 알 것 같다고 말한다.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사랑을 말하기 첨 어려운 시대다. 실제로 청년들은 서로 사랑하지 않고, 결혼도 육아도 관두고 있다. 폭력이 얼룩진 세상에서 그래도 사랑하라, 그래도 삶을 사랑해야 한다, 라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마치 사치나 폭력으로 들린다. 그럼에도 사랑해야 한다.
한강은 그 사랑을 글쓰기에서 찾는다. 쓰는 사람으로 살기 시작할 때, 그는 사실 자기 안으로 고립되어 가던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는 일이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살고 있다. 더 이어지고 더 깊어지기 위해 살아간다.
그는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의 소중함에 대해 말한다. 그것은 내게도 매우 중요한 화두다. 이어지고 연결되는 마음이 고통과 폭력을 이겨내고, 삶과 세상에 희망을 내려앉히는 바로 그 일이야말로 내게도 가장 중요한 화두다. 끊임없이 쓰면서, 나는 매번 나를 바로세운다. 내가 더 진정하고 값진 것과 연결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것은 한강이 말하는 '사랑'과도 다른 게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