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앞으로 10년 정도가 내 인생의 황금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를 누비기에도 그렇게 나이 들지 않았고, 40년 가까이 공부하고 애쓰면서 사회적 경험이랄 것도 쌓아왔다. 아이는 제법 커서 함께 어디든 다닐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아내와도 큰 병을 앓거나 하지는 않고 있다. 앞으로의 이 10년이 비교적 젊은 날에 주어진 활발한 시기일지도 모른다.
물론, 삶이란 알 수 없는 것이니 황금기랄 게 더 늦게 찾아올 수도 있다. 열심히 운동하고 체력관리 하여 50대나 60대에도 활동적이고 용기 있으며 모험적이고 즐거운 시간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라는 건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므로, 역시 내게 주어진 이 시간이 '황금기'라고 믿는 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일단 그렇게 믿어보고, 이 나날들을 최대한 사랑해보고자 애쓰는 것이다.
항상 나의 이 시절을 아쉬워하고 아까워하는 것은 어쩌면 '생의 비결'인 것 같다. 오늘은 어쨌든 앞으로의 내 삶에서 가장 젊은 날이고, 이 젊은 날에 할 수 있는 걸 무엇이든 해보고자 마음먹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일 듯하다. 20대면 20대여서, 30대면 30대여서, 40대면 40대여서 말이다. 더 늦기 전에 유럽 대륙을 걸어야지, 더 늦기 전에 책 한 권을 써야지, 더 늦기 전에 조금 더 나를,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해야지, 생각하는 것이다.
요즘 들어 특히 많이 느끼는 것은 이 나날들을 누리기 위해서라도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이나 체력 관리는 정말 의무가 되었다. 그것은 삶을 사랑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다. 몸이 무거워서 의욕도 없이 이 나날들을 보내기엔 삶이 너무 아쉬운 것이다. 황금기가 째깍째깍 지나가고 있다. 지나고 나면, 이 나날들은 다 사라져 있을 것이다. 늙고 있고,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 그 전에 세상을 누벼야 한다.
30대를 마무리해가는 입장에서, 40대를 맞이하는 마음을 그렇게 성찰한다. 열심히 일하되 돈의 노예는 되지 말 것. 성실하되 관성에 젖지는 말 것, 잊고 있는 꿈들은 없나 한 번씩 돌아볼 것. 지나가면 오지 않을 이 인생의 황금기를 충분히 사랑하고 있는지 매일 생각할 것. 하지 않아서 후회할 일들을 하나씩 없애갈 것. 용기와 의지를 가질 것. 이 황금기를 진심으로 사랑할 것. 다가오는 40대가 모두 지나가고 50대가 오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느낄 수 있을 것. 모든 떠나갈 것들을 다시 한 번 사랑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