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사와 박정민이 출연한 <Good Goodbye> 뮤비가 엄청난 화제가 되고 있다. 수천만뷰를 기록하고 1억뷰를 향해가고 있을 정도다. 영상은 상당히 레트로한 분위기다. 영화 <베티블루>나 <몽상가들>이 생각나게 하는, 자유분방한 여자와 처음부터 끝까지 정장을 입고 있는 다소 진지해보이는 남자의 조합이 요즘 감성을 많이 자극하는 듯하다.
이런 조합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러 소설들을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어딘지 약간 제멋대로인 여자, 그러나 사랑에 간절하고, 어쩐지 세상을 견딜 수 없어 하면서도 세상의 아름다움에 취한 여자를 사랑하여, 그녀의 우울과 감정기복을 묵묵히 감당하는 남자는, 역시 어디서 많이 보던 조합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레트로한 남여 조합이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나 보다. 결국 문화와 감성이란 돌고 돈다. 특히, 청춘의 불안과 우울, 그 속에서 빛나는 사랑, 세상 끝의 바다까지 둘이 도망치고 싶은 마음 같은 것들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인류의 청춘 테마인 것 같다. 뮤비에서도 화사와 박정민 외에 다른 인물은 일체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의 청춘은 바다에서 보내는 낭만으로 형상화되어 있고, 그들이 결혼하거나 싸우는 장면처럼 인정해야 할 현실은 육지와 도시에서 이루어진다. 그들은 바다에서 와인을 마시고 비를 맞으며 '낭만의 끝'을 누리지만, 결혼을 한 육지에서는 싸우기도 하며 현실을 버거워한다. 그들이 가장 아름다웠던 때, 가장 낭만적이었던 때로 영원히 도망쳐서, 그저 영원히 바다만을 걸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청춘을 통과한 모든 커플들은 이 현실 안에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벽을 마주하게 된다.
노래 가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여기다. <세상이 나를 빤히 내려다봐도, 내 편이 돼 줄 사람 하나 없어도, 난 내 곁에 있을게> 이유는 몰라도, 세상에 내 편이 되어 줄 사람은 없다. 청춘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일까? 현실이란 너무 감당하기 버거워서 거부해버린 것일까? 그저 이대로 영원히 술과 담배, 바다 안에서 삶을 끝내기로 했기 때문일까? 모르면 몰라도, 청춘에는 정말 그러고 싶을 때가 있다. 서른이 온다는 게 믿기지 않고, 스물아홉쯤에는 죽겠다고 믿을 때가 있다.
시대가 바뀌고 흘러도, 청춘의 낭만은 이어진다. 그들은 또 사랑을 하고, 사랑하는 이와 세상 끝까지 도망치고, 그러다 낭만에 이별을 고하고, 허무를 통과하다가, 결국 삶을 견뎌내고 이겨내기도 한다. 그 모든 시절에는 그 자체로 긍정할 만한 구석이 있다. 그 시절에만 가능한, 그 시절이 지나고 나면 이제 추억밖에 할 수 없는, 고유한 아름다움이 있다. 삶이란, 문을 닫고 나면 다시 열 수 없는 그 저마다의 시절들을 건너가는 일이다. 각각의 시절들에 차등은 없다. 그러니 그 저마다 시절의 아름다움에 충실해야 한다. 모든 시절은 사랑하고 떠나보내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