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제품의 광고 영상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아이들 몰래 스마트폰 하는 부모를 위해 가짜 책 케이스를 파는 것이었다. 부모가 스마트폰 보고 있으면, 아이 교육에 좋지 않으니 책처럼 보이는 케이스 안에 스마트폰을 넣어 몰래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제품이었다. 아이들은 부모가 책 읽는 줄 알고, 독서 습관까지 기를 수 있다는 식으로 광고하고 있었다. 참으로 흥미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었다.
만약 아이들에게 독서 습관을 길러주고 싶고, 스마트폰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싫다면, 부모도 책을 읽으면 된다. 그러나 책 읽기는 죽어도 싫고, 몰래 스마트폰은 해야겠는데,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니 책 읽는 척 스마트폰을 하다니! 도대체 우리 시대 스마트폰은 무엇이며, 책은 무엇인가 싶었다. 스마트폰은 아이 몰래라도, 어떻게든 반드시 해야하는, 결코 손에 놓을 수 없는 마약 같은 것이고, 반면 책이란 죽어도 접하긴 싫지만 그래도 좋은 것이긴 한, 한약 같은 것인가 싶다.
해외에 와서 몇몇 숙소와 카페를 돌아다녀 보니, 자연스레 사람들의 풍경이 보인다. 아무래도 내게 제일 좋아 보이는 사람들은 수영장 옆에서건, 카페에서건, 나무 아래 벤치에서건 책 한 권을 들고 오후를 보내는 사람들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본 사람들 거의 대부분 서양인들인데, 주로 중장년 이상의 사람들이다. 기후 좋은 먼 타국에 와서 그들이 택하는 게 핫플에서 사진 찍기보다는, 몇 권의 책을 싸들고 와서 하는 독서라는 게, 나는 참 좋아 보였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그들이 조금 더 온전히 이곳에 속해 있는 것 같아서였다. 스마트폰 속의 온갖 영상이나 타인들의 실시간 모습을 쫓기 보다는, 그저 좋아하는 책 한 권 들고, 다른 사람들이 뭐하는지 따위는 알 거 없다는 듯, 그저 그 책과 함께 온전히 자기의 세계에 몰두해있는 것 같아 좋아 보였던 듯하다. 그들은 다른 데 정신 팔리기 보다는 온전히 이 기후에, 휴가에, 온전히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요즘 아이는 묵독을 하기 시작했다. 재미있게도 만화책을 읽을 때는 소리내어 읽는데, 소설을 읽을 때는 속으로 읽는다. 아내는 이번 여행에서 내내 읽으라고 소설 하나를 들고 왔는데, 아이가 끝까지 다 읽어내는 모습을 보니, 괜히 뿌듯하고 아름답게까지 느껴진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아이가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기 시작하는 것이 눈에 보여서다. 옆에 있지만, 나는 감히 들어설 수 있는 자기만의 세계에서 상상을 하며, 그 상상의 이야기를 따라가고, 그 이야기와 자기만의 관계를 맺는 그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다.
책 읽는 척 숨어서 스마트폰을 보는 부모가 과연 자녀에게 좋은 독서습관을 길러주는 롤모델이 될 수 있을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스마트폰에 빠져 끝없이 다음 영상을 넘기며 중독되고 타인과 자기를 비교하며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는 사람은 ’자기 세계에 온전히 몰두‘해 있는 모습과 너무나 다르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그게 책 읽는 상태가 아니라는 걸 알 것이다. 책 읽는 사람은 그런 모습이 아니다. 정신없이 눈동자를 돌리고 있지도 않고 초조하지도 않다. 오히려 마치 원래 이 세계의 일부였던 것처럼, 그곳, 그 순간에 가장 깊숙이 속해 있다.